5일 다시 열리는 회의
잇단 합의 불발에 유가 75달러선
5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따르면 유가가 2018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찍은 후 75달러선에서 계속 맴돌고 있다. 이날 9월물 브렌트유는 전 거래일 대비 0.11% 내린 배럴당 76.09달러, 8월물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는 0.13% 하락한 배럴당 75.06달러에 거래됐다.
주요국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서 벗어나 경제활동 재개에 들어가면서 유가는 올해 들어서만 45% 넘게 상승했다. 글로벌 원유 수요 회복 기대감이 커진 영향이다.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기타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의 잇단 증산 합의 불발은 유가 상승세를 부채질했다.
1일 OPEC+는 경기 회복에 따라 기존 감산 규모를 완화하는 것을 논의하기로 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다음 날 다시 열린 회의에서도 합의가 불발됐다. 사우디와 러시아를 중심으로 올해 8∼12월 매달 하루 40만 배럴을 증산하고 내년 4월까지인 감산 완화 합의 기한을 내년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의견을 모았으나 아랍에미리트(UAE)의 반대로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지난해 5월 OPEC+는 코로나 확산에 따른 원유 수요 급감에 대비해 하루 1000만 배럴 감산에 합의, 2022년 4월까지 점진적으로 감산 규모를 줄여 나가기로 했다. 현재 OPEC+의 감산 규모는 하루 580만 배럴 수준이다.
UAE는 무조건적인 증산을 지지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생산 기준이다. UAE는 감산 완화 합의 시한을 연장하려면 감산 규모를 결정하는 생산 기준도 함께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자국에 대한 OPEC+의 생산 기준이 2018년 4월 설정된 것으로 조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원유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온 UAE로서는 생산 기준을 올려 더 많은 생산을 하고 싶은 것이다.
문제는 산유국 간 증산 합의가 끝내 불발할 경우 유가 고공행진에서 더 나아가 이제 막 궤도에 올라선 경제회복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RBC캐피털마켓의 글로벌 원자재 전략가인 헤리마 크로프트는 “회원국들이 증산을 하지 않는 기존 합의를 유지할 경우 유가 강세가 불보듯 뻔하다”면서 “원유 ‘테이퍼링’ 시간표를 고수하고 2022년 4월까지 하루 580만 배럴 감산 유지 신호를 보낼 경우 유가가 고공행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산유국 간 불협화음이 심화해 모든 회원국이 각자도생으로 생산을 늘리기 시작하면 가격 전쟁을 촉발, 유가가 랠리를 끝내고 하락 반전할 가능성도 적지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