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의 주홍글자/ 문창재 지음/ 푸른사상 펴냄/ 2만2000원
인류 역사상 전쟁과 내전, 쿠데타 등에 휘말려 민간인이 희생되는 일은 많았다. 6·25전쟁 때도 민간인 사망자가 군인 전사자의 5배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정부와 군대가 적대 세력이 아닌 자국민들을 대량학살한 사건은 흔하지 않다. 그런 일이 70여 년 전, 바로 이 땅에서 벌어졌다. 사회부 기자로 활동했던 저자가 국민보도연맹과 국민방위군 사건, 서울 수복 후 부역자 처단 등 정부에 의해 저질러진 참담한 민간인 대량학살의 실상을 파헤친다.
책은 한국전쟁의 전화 속에서 국가권력에 의해 벌어진 민간인 대량학살 사건인 보도연맹 사건과 국민방위군 사건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에 주홍글자를 새긴 굴곡진 현대사의 실상을 언론인의 눈으로 탐색한다.
"6·25 개전 직후 '서울 사수' 방송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런 가정이 가능하다면 한강 다리가 끊기기 전에 많은 국민이 피란을 떠났을 것이다. 따라서 목숨을 부지한 사람이 훨씬 많았으리라는 게 정답일 것이다. 서울을 사수하겠으니 ‘미동도 말고 군작전에 협조하라’는 기만 방송이 없었다면 당연히 일찍 피란을 서둘렀을 테니까."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