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의 금감원 직원 징계 요구 후폭풍
금융위도 “아직 방향 안 정해”
감사원이 사모펀드 사태는 운용 전반을 감독하는 금융감독원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판매사인 은행장 제재 수위가 낮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판매사의 책임을 크게 본 금감원과는 달리, 감사원은 판매사에 대해 징계를 하지 않아 금감원의 은행 최고경영자(CEO) 제재 명분이 떨어지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감사원은 전날 ‘금융감독기구 운영실태’ 감사결과 보고서를 통해 “사모펀드 감독을 소홀히 한 금감원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2015년 금융위원회가 사모펀드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한 이후 위험요인이 증가했지만, 금감원이 이를 상시로 감시하지 못해 금융사고로 이어졌다는 게 골자다.
구체적으로 △사모펀드 상시감시 부실·업무 태만 △공모규제 회피조사 미실시 △사모펀드 설정·확인업무 처리 부적정 △검사업무 부적정 △민원 조사업무 태만 △서면검사결과에 따른 처리 지체 등 금감원의 감독소홀 사례를 조목조목 꼽았다.
주목되는 건 판매사 감독 부실에 대한 책임은 묻지 않았다는 점이다. 감사원의 징계를 받은 금감원 임원은 자본시장 담당으로 알려졌다. 판매사인 은행과 은행 담당 금감원 직원에 대한 징계 조치는 없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감사원이 판매사들의 책임을 무겁게 봤다면, 판매사들의 감독 부실도 따져 물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금감원의 시각과 배치되는 사안이다. 금감원은 운용사들의 책임과 함께 판매사들의 책임도 크다고 봤다. 윤석헌 전 금감원장은 올 초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저희의 책임이 결코 없다고 말씀은 못 드리겠지만 저희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는 보지 않는다”며 “물론 운용사의 잘못이 있지만, 소비자들한테 그렇게 판매한 판매사의 잘못도 크다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
앞서 금감원은 대형 금융사고 이후 투자자 피해보상, 금융사 중징계 등 후속처리에 무게를 뒀다. 주요국 금리연계 DLF 사태 관련 손태승 우리금융회장(당시 우리은행장)에 대해 내부통제 마련 미비로 중징계를, 라임 사태 관련 신한금융투자·KB증권·대신증권 등 금융회사 CEO 다수에 대해 같은 이유로 중징계를 쏟아내며 금융사에 책임을 물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CEO 제재의 명분은 떨어졌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번 감사는 옵티머스, DLF 쪽으로 봐서 증권 쪽으로만 제재가 쏠린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감원이 감독을 못 했는데 CEO 징계한다고 지적하는데, CEO 징계가 잘못됐다는 프레임이 짜지면 감독원에서 앞으로 CEO 징계를 누가 나서서 하려고 하겠냐”며 반문하며, “나중에 지적받을 일을 염려하게 되면 금감원의 근본적인 부분이 흔들리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징계를 확정할 금융위원회도 업계의 분위기를 살피는 모습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코로나19 심포지엄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모펀드 관련 내부통제 위반 근거로 CEO 징계가 적절하지 않다는 질문에 “아직 방향을 정한 건 아니고, 양쪽 의견을 듣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어 다음 달 예정된 우리은행 1심 결과에 대해 “임박하면 잘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1심 재판 결과 후 제재 수위 확정 가능성을 열어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