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인간'의 장근영 작가가 말하는 '공시공화국'
절차 공정성 넘어선 논의 필요
노동가치 인정ㆍ좋은 일자리로
사회 기저선 높여야 공정 가능
공무원 시험에도 함정은 있다. 모든 응시생이 같은 장소에서, 같은 문제를, 같은 시간에 풀 뿐.
‘시험인간’의 저자 장근영<사진> 씨는 세종특별시에서 가진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채용 절차의 공정성에만 집중하면 고용 구조의 불평등을 감추는 결과만 가져올 수 있다.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고 경제적으로 충분하게 대우하면서 사회의 기저선을 높여야 더 나은 공정을 추구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에게 ‘시험인간’은 불신과 불공정, 불평등이 낳은 한국 청년의 슬픈 자화상이다. 시험만이 공정하다고 맹신하는 현실에선 사회 제도를 비판적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그가 ‘공무원 시험’이 가장 공정한 채용 전형이라고 인식하는 현주소를 경계하는 이유다.
장 작가는 “선다형 시험은 사람의 주관이 개입하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공정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가정환경·문화적 배경 등 여러 외부 요인이 결과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며 “공무원 시험도 스타 강사나 족집게 강의의 경우 수업료가 더 비쌀 것이고, 이를 부담할 수 있어야 시험에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작가는 공무원 시험 자체에도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그는 “사실 단 하루 만에 치러지는 공무원 시험은 가장 제한이 많은 평가도구”라며 “평가에 사용할 수 있는 문항의 숫자뿐만 아니라 이 시험에 응시할 기회도 1년에 단 한 번으로 제한됐다. 응시자의 능력을 측정하지 못하는 도구는 공정성에서도 한계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채용 절차의 공정성에 매몰되면 노동 시장의 불평등이라는 논의가 사라질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정 작가는 “공평한 건 공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면서 시험 결과에 따른 차별까지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노동 시장의 불평등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공시 공화국’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작가는 “지금 사회는 제한된 자원을 놓고 너무도 많은 사람이 경쟁한다”며 “결국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