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법인 잡겠다던 7·10 대책, 결국은 '물방망이'

입력 2021-07-08 17:45수정 2021-07-0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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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 발표 1년…'세금폭탄'에도 매물 줄고 가격 뛰어
'증여'로 맞서는 다주택자, 법인매물 나오는 족족 소화
일각 "저가주택 사재기 등 편법 투기 부추겼다" 비판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이투데이 DB)

이달 10일로 7·10 대책이 발표된 지 1년을 맞는다. 다주택자와 법인을 겨냥해 '세금 폭탄'을 투하했지만 집값을 잡기엔 역부족이었다. 저가주택 사재기 등 편법 투기를 부추긴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7월 10일 '주택시장 안정 보완 대책'을 발표했다. 전달 발표한 6·4 대책이 힘을 내지 못하면서 한 달 만에 급조한 정책이었다.

다주택자·법인 세금 폭탄 때려도 매물은 줄고 가격은 상승

정부는 7·10 대책을 내놓으면서 집값 상승 주범으로 다주택자와 법인 투자자를 지목했다. 정부는 규제지역 2주택 이상 보유자와 법인 투자자에게 적용되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세율을 기존 0.5%~3.2%에서 1.2~6.0%로 높였다. 양도소득세도 2주택자와 법인은 기본세율(6~42%)에서 20%포인트(P), 3주택자는 30%P 중과하기로 했다. 이렇게 높아진 세금은 지난달부터 적용되고 있다. 세금 부담을 키워 6월 전에 다주택자와 법인이 매물을 내놓도록 하겠다는 게 정부 생각이었다.

정부는 주택 취득세율도 2주택자엔 집값의 8%, 3주택 이상 보유자와 법인엔 12%로 높였다. 3주택 이하 보유자는 세율이 최고 3%였던 이전 세제보다 취득세 부담이 두 배 넘게 늘었다. 취득 부담을 늘려 다주택 구입을 억제하기 위해서다.

새 세제가 적용돼도 정부가 기대한 집값 안정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10 대책 이후 이번 주까지 전국 아파트값과 서울 아파트값은 각각 11.1%, 3.0% 올랐다. 1년 전 같은 기간(전국 3.8%,서울 2.3%)보다도 아파트값이 더 크게 올랐다.

7·10 대책이 '물방망이'가 된 건 정부가 기대했던 다주택자·법인 매물이 충분히 시장에 풀리지 않아서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이 집계한 서울 아파트 매물은 8일 기준 7만9485건으로 지난해 7월 10일(14만3051건)보다 40% 넘게 줄었다.

다주택자는 매물을 내놓는 대신 증여로 맞서고 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 5월까지 전국에서 신고된 주택 증여는 15만9076건이다. 2019년 7월~2020년 5월(10만7854건)보다 47%가 늘었다. 7·10 대책이 발표된 지난해 7월에만 2만 채 넘는 집이 증여됐다. 집값 상승세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싼값'에 집을 파느니 가족에게 명의를 분산시켜 종부세 등 보유세 부담을 덜겠다는 전략이다.

증여로 맞서는 다주택자…법인 매물은 나오는 족족 소화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금 집값을 보면 세제 강화 효과는 미진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양도세가 과중한 상황에서 이익을 못 보고 집을 파느니 일단 버텨보자는 심리가 시장에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문위원실은 7·10 대책 발표 직후 일찌감치 "수도권 다주택자들이 집값이 하락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주택의 계속 보유를 선택하는 경우 조세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법인 매물은 꾸준히 나왔지만 집값 상승세를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나마 나오는 법인 매물도 쌓이지 않고 족족 시장에서 소화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부터 올 5월까지 법인이 매도한 주택은 7만7493가구인데 이 중 80% 이상(6만2580건)을 개인이 사들였다.

7·10 대책은 외려 '변종 투기', '틈새 투기'만 부추기고 있다. 공시가격 1억 원 이하 저가주택이 대표적이다. 공시가격 1억 원 이하 주택은 취득세·종부세·양도세를 매길 때 별도로 과세한다. 아무리 많이 가지고 있어도 다주택자 중과세를 피할 수 있다는 뜻이다. 틈새 투기 바람에 저가주택 가격이 뛰면서 실수요자만 피해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임대차시장 불안도 7·10 대책 부작용으로 꼽힌다. 그러잖아도 전세난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집주인들 보유세가 늘면서 그 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되고 있어서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다주택자들 집 처분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보유세가 늘면 결국 세입자가 그 부담을 진다"며 "이는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높아진 전셋값이 다시 매매 가격을 올리는 악순환이 생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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