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및 단지 따라 분양권 시세 '양극화' 심화
아파트 분양권 시장에 찬바람이 분다. 수요와 공급 모두를 옥죄는 겹규제 탓이다. 지역ㆍ단지별 양극화는 더 심해졌다. 인기 단지는 여전히 웃돈이 얹어져 거래되지만 소외 단지에선 밑지고 팔아도 주인을 못 찾는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1~5월 신고된 아파트 분양권 전매 거래는 3만4421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5만1496건)의 3분의 2 수준이 됐다. 월평균 1만 건 가까운 분양권이 전매됐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한 번도 1만 건을 넘지 못하고 있다.
분양권 거래량, 지난해 3분의 2 수준으로
이렇게 아파트 분양권 시장 분위기가 가라앉은 데는 정부 규제 영향이 크다. 지난해 정부는 분양권 시장 공급과 수요를 모두 옥죄는 규제를 내놨다.
공급 측면에선 전매 규제가 강화됐다. 국토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수도권 과밀억제구역과 성장관리권역, 광역시 용도지역 '도시지역'에서 소유권 이전 등기 전까지 주택 입주권과 분양권을 전매하는 것을 금지했다. 사실상 아파트가 완공돼 입주하기 전까지 분양권을 사고 파는 게 어려워졌다. 그 전엔 조정대상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가 아닌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권은 당첨된 지 6개월만 지나면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었다.
올해부터 시행된 새 양도소득세는 수요를 억누르고 있다. 지난해 바뀐 세법에 따르면 올 1월 1일부터 취득하는 분양권은 양도세 산정에서 주택 수로 계산된다. 1주택자가 분양권을 함부로 전매했다간 차익의 최대 52%까지 양도세를 물 수 있다. 그전까지 정부는 기존에 주택을 보유해야 얻을 수 있는 권리인 입주권과 달리 분양권은 주택 수로 계산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입주권과 형평성을 들어 세제를 바꿨다.
수요와 공급 양 측면에서 겹규제 폭탄이 떨어지면서 분양권 시장은 예전처럼 활황을 누리기 어렵게 됐다. 비수도권 중소 단지일수록 전매 규제 충격은 더 크다.
경남 김해시 신문동 '김해율하 더 스카이시티 제니스&프라우'에선 전용면적 74㎡형 분양권 호가가 2억8290만 원까지 낮아졌다. 분양가보다도 1000만 원 낮은 값이다. 전용 84㎡형이 3억1000만~3억2000만 원에 분양한 전남 광양시 마동 '광양 동문굿모닝힐 맘시티'에서도 분양가와 같은 값, 혹은 이보다 500만 원 낮춘 물건이 줄이어 나오고 있다.
광양시 D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광양시가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여 수요는 줄었는데 분양권도 주택 수로 인정되다 보니 이를 받아줄 수요가 마땅치 않다. 웃돈이 붙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도시 지역 분양권 시장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세제 부담이 늘어난 건 마찬가지지만 전매 규제 강화가 분양권 희소성을 더 키워서다. 전매 규제 강화 전 입주자를 모집해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단지들이 그 수혜를 누리고 있다.
이달 전매 제한에서 해제된 부산 동래구 온천동 '더샵 온천 헤리티지' 전용 84㎡형 분양권 시세는 10억 원을 호가한다. 2019년 분양가(5억2220만 원)에서 거의 배가 됐다. 대전 중구 목동 '목동 더샵 리슈빌'도 지난 5월 전용 59㎡형이 3억 원 넘게 웃돈이 붙어 5억7405만 원에 손바뀜이 일어났다. 2019년 이 아파트 분양가는 2억여 원이었다.
대전 목동 D공인 관계자는 "규제 때문에 거래가 이뤄지기 쉽지 않지만 물건이 귀한 상태"라고 말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분양권 시장 규제로 투기 수요는 억제할 수 있겠지만 그로 인해 새 아파트 청약 경쟁은 더 심해질 것"이라며 "청약 대기 수요 증가가 전셋값을 올리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