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체육 시설 음악 '120bpm' 이상 불가
방역 당국 "관련 협단체와 협의해 만든 수칙"
오늘부터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4단계로 격상된 가운데, 방역 당국의 실내체육시설 일부 세부 수칙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음악 비트 속도까지 정한 세부 수칙을 두고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부 수칙에 따르면 스피닝, 에어로빅, 줌바 등 그룹 운동을 할 때 음악의 속도는 100~120bpm(Beats per minute)을 넘어서는 안된다. 런닝머신 속도 역시 시속 6㎞를 넘지 않도록 제한했다. 빠른 노래에 맞춰 과도하게 빠른 속도로 운동하면 비말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곡의 1분당 비트(Beat·박자) 수를 나타내는 Bpm은 음악의 속도를 숫자로 표시한 수치다. 숫자가 높을수록 곡의 속도가 빠르다. 발라드를 제외한 대부분의 댄스 음악이 120bpm을 넘는다. 실내 체육시설에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인기곡 대부분이 120bpm 이상인 셈이다.
같은 방탄소년단(BTS)의 노래라도 110bpm인 '버터'(Butter)나 '다이너마이트'(114bpm)는 실내체육시설에서 틀 수 있지만, 신곡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125bpm)는 틀 수 없다. 싸이의 '강남스타일'(132bpm)이나 샤이니의 '링딩동'(125bpm), 역주행으로 유명한 브레이브 걸스의 '롤린'(Rollin'·125bpm)은 틀 수 없다.
음악의 Bpm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 보니 온라인상에는 '거리두기 가능 노래 목록'이라며 120bpm이하 노래를 모은 정리 목록이 올라오고 있다. Bpm을 확인하는 방법도 공유되고 있다. 대부분 정보 공유 목적이기보다는 방역 수칙을 조롱하는 논조의 글이 많다.
음악까지 정부가 규제하느냐는 여론에 방역 당국은 "관련 협단체와 협의하면서 만들어진 수칙"이라고 설명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12일 백브리핑에서 “(해당 방역수칙은) 생업시설에 대한 집합금지를 최소화 시키는 걸로 방역수칙을 강화하면서, 개인 영역에서 방역수칙도 강화하는 게 기본방향"이라며 "실내체육시설의 집합금지보다 방역 위험이 큰 활동 규제하는 쪽으로 관련 협단체와 수칙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관련 업계에서는 탁상행정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나 일단은 센터를 운영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입장이다. 아예 문을 열 수 없는 유흥 시설보다는 낫다는 설명이다. 오성영 전국헬스클럽관장협회장은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어떠한 정부 방침도 따르겠지만 그 어떤 상황이 닥처도 작년과 같은 집합금지로 인한 운영금지만큼은 따르지 않으려 한다"고 밝혔다.
세부 수칙을 일일이 방역 당국이 단속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거리두기 수칙 적용 첫날인 12일 기자가 방문한 한 구로구 필라테스 센터에서는 가수 빅뱅의 '뱅뱅뱅'과 걸그룹 아이오아이의 '드림 걸스'가 흐르고 있었다. 각각 135bpm과 141bpm으로 기준을 훨씬 넘는다.
그밖에 헬스장 등 실내 체육시설의 샤워실은 이용할 수 없지만, 수영장·골프장 샤워실은 이용할 수 있어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 손영래 반장은 "침방울 배출이 많은 행위, 고강도 유산소 운동을 줄이고, 저강도 유산소 운동으로 전환하는 기준 함께 논의했다. 샤워실 금지도 마찬가지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