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물적 피해 추산 어려워"…삼성·현대차·포스코 등 '사태 예의주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대규모 소요 사태가 벌어지면서 LG전자가 직접적인 피해를 당했다. 재게 주요기업 역시 현지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13일 LG전자와 주남아공 한국 대사관 등에 따르면 전일(현지시간) 새벽 남아공 더반 산업단지에 있는 LG전자 TV 사업장에 200여 명의 무장 폭도가 들이닥쳤다. 이들은 제품과 장비, 자재 등을 약탈했다.
현지시간으로 이날 오후에는 폭도의 방화로 인해 생산시설과 물류창고가 불에 탔다. LG전자는 TV 공장이 전소하는 손해를 입었다.
현재 전임 대통령의 구금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약탈과 방화를 저지르면서 대규모 소요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현재까지 인명 피해는 없었고, 물적 피해는 정확한 추산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해당 사업장은 TV와 모니터 제품을 생산하는 1개 라인으로 이뤄져 있고, 근무 인원은 100여 명이다. 다만 이 공장은 남아공 현지로 유통되는 물량만을 담당하기 때문에, 즉각적인 판매 차질은 크지 않다는 게 회사 측의 공식입장이다.
LG전자 외에 더반 산업단지 내 또 다른 한인 업체도 비슷한 시간에 약탈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에 공장이나 지사를 둔 국내 주요 기업 역시 높은 긴장감 속에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먼저 삼성전자 측은 "남아공 사업장은 피해를 보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남아공에 조립 공장과 판매 네트워크를 보유한 자동차 업계도 현지 상황을 살피고 있다.
현대차는 남아공의 경제 중심지 하우텡(Gauteng) 주에 조립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이 지역은 최근 소요 사태로 인해 4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곳이다.
2014년 설립된 이 공장은 트럭을 반조립(CKD) 형태로 들여와 생산한다. 판매 네트워크도 남아공 전반에 뻗어있다. 현대차는 하우텡 주에서만 27개의 판매 대리점을 운영 중이다.
기아도 23개의 대리점을 갖고 있다. 아직 공장의 생산 차질이나 대리점 피해가 확인되진 않았지만, 대규모 폭동이 하우텡으로 번진 상황이라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남아공의 연간 자동차 생산량은 약 60만 대 규모로 아프리카 대륙 자동차 생산량의 약 80%를 차지한다.
현지에 원료 법인을 두고 있는 포스코는 이번 사태를 의식해 16일까지 현지 직원들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시행하기로 했다. 아직 사무실 피해 사실은 없다.
현지 법인 없이 지점과 주재원 정도를 두고 있는 기업들도 비상연락망 운영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 소요 사태는 나흘 전부터 시작된 제이콥 주마 전 대통령의 구금 항의 시위로부터 촉발됐다.
주마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2009∼2018) 자신의 부패혐의 조사를 위한 사법위원회에 출석하라는 헌재의 명령을 거부하다가 구금됐다.
시위는 주마 전 대통령의 고향인 콰줄루나탈주를 중심으로 펼쳐지다, 최근 요하네스버그 등 경제 중심 도시로까지 번졌다.
요하네스버그 시위대는 버스와 철도 서비스를 중단시키고, 마트 등 상업시설을 약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소요 지역을 중심으로 은행, 상점 등 다수의 사업장이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주남아공 한국 대사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현재 사건 해결을 위해 주재국 정부와 치안 당국과 활발히 협업 중이며, 교민들의 안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