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 재난금지원 여부를 두고 정치권이 시끄럽다.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국회 심사를 앞두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합의했다가 번복해 적잖은 파장이 일고 있다.
두 대표가 12일 만찬 회동 후 정부가 마련한 추경안의 소득 하위 80%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 지급으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은 커졌다. 이에 국민의힘 내부 반발이 커지자 황보승희 수석대변인은 "남는 재원이 있을 시 전국민으로 확대하는 것"이라고 정정했지만 "번복했다"는 지적도 피해가지 못했다. 이에 기획재정부도 전국민 지원엔 "동의 못한다"며 반기를 든 상태다.
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민주당 "찬성론 확대", 국민의힘 "돈 남으면" 전제
민주당의 경우 여야 합의로 지급대상 논란이 종결됐다. 그동안 반(反) 이재명 연대 대선 경선후보 측 의원들을 중심으로 선별지급론이 들끓으며 내홍 조짐도 보여 왔다. 하지만 지난 의원총회에서 다수가 전 국민 지급을 주장한 데 이어 국민의힘까지 찬동하는 모습을 보이자 선별지급론을 고집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 때문에 선별지급을 주장해 온 경선후보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여야 합의가 이뤄진 12일 페이스북에서 “합의를 존중한다. 더 이상의 논쟁을 끝내자”고 밝혔다. 또다른 반 이재명 연대인 이낙연 전 대표는 13일 페이스북에서 소상공인 지원 확대를 거듭 주장하면서도 재난지원금은 언급치 않았지만 논란 종결을 묵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국민의힘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한 발 물러나며 지급 조건으로 '재원이 남을 경우'로 전제를 걸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13일 오전 원내대책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전 국민 지원한다는 거 합의했다는 사실 자체가 팩트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 역시 이날 오전 한 라디오 프로 전화인터뷰에서 "배석인 없이 합의 내용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은데 국민의힘은 선별지급, 지원이 당론"이라고 설명했다. 또 긴급 기자회견까지 열어 "송 대표의 전국민 지원 제안에 합의한 게 아니라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면서 "저희는 추경 증액에는 항상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소상공인 지원금 확대는 여야 한 목소리
'소상공인 지원금' 확대에 대해선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현 추경안에 담긴 손실보상 예산 6000억 원을 증액해 희망회복자금 상한액인 900만 원을 더 높이자는 것이다.
송 대표는 이날 울산 예산정책협의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손실보상을 소급하지 않는 대신인데 900만 원은 너무 적어 보완이 필요하고, 이 달 6일 이후에는 4단계 방역조치에 대한 손실보상을 법에 따라 해야 한다는 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공감대를 이뤘다”고 말했다.
이 대표 역시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장 중요한 소상공인 지원 확대는 송 대표께서도 합의해주셨으며, 현재 정부안의 3조9000억 원보다 금액을 훨씬 더 늘려야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애초 정부와 여당이 합의한 33조 원 규모의 2차 추경안 중 10조7000억 원은 소득 하위 80% 가구에 1인당 25만 원씩 나눠주는 지원금이었다. 자영업자, 소상공인 몫은 희망회복자금 3조2500억 원과 올해 7∼9월 피해보상 명목의 6000억 원이다.
문제는 재원이다. 재난지원금의 경우 행정안전부의 ‘상생 국민지원금 재원 검토 참고자료’에 따르면 전 국민 지급안은 12조9300억 원이 소요돼 현재 추경에 담긴 소득하위 80% 선별지급안보다 2조6000억 원이 더 필요하다. 소상공인 지원은 여야가 증가 폭을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예결위 국민의힘 간사인 김성원 의원이 12일 기자회견에서 3조 원 이상을 삭감해 지원 예산을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가 국채 발행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추가 국채 발행 없이도 증액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송 대표는 13일 “추가 세수가 들어오면 부채를 상환하고 2조 원만 확보되면 100% 재난지원금 지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올 1~5월 세수가 전년 대비 43조6000억 원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홍 부총리는 13일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세수 증가는 착시현상"이라며 "지난해 동기 대비 올해 같은 기간 거둔 세수 진도율의 차이에 따른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에 따라 오는 14일부터 예결위에서 추경 심사에 본격 돌입하면 재원 문제를 두고 여야 모두에 홍 부총리가 반기를 드는 양상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