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금호석유화학의 정기주총과 주주제안 안건에 대한 당사의 입장도 위 원칙의 연장선에서 결정됐다. 원칙이 없었다면 판단하기 힘든 사안이었다.
2021년 금호석유화학의 정기주총 안건 제3~제6호 이사 선임 안건은 회사와 주주제안의 팽팽한 대립이 첨예했던 부분이다. 각 안건 별로 회사와 주주제안 측 모두 이사 후보 안건을 상정했다. 이사 선임 안건만 총 12건인데 결국은 주주제안과 회사의 대결이었다.
선임 가능한 모든 이사진에 대해서 회사와 상반되는 주주제안이 있었다. 그 이유로서 미래성장 경영을 목표로 ‘경쟁사 대비 우월한 성과에도 현저하게 낮은 밸류에이션’을 언급하며, 그 직접적인 원인으로 주주환원, 거버넌스 우려 및 비관련 자산 투자와 부적절한 투자 결정을 주장했다.
거버넌스에 관한 주요 논점은 지배주주가 2018년 대법원에서 업무상 배임이 확정돼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의 처벌을 받고 취업제한 상태에 있지만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1항는 징역형의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날로부터 5년 또는 징역형의 집행유예 기간이 종료된 날로부터 2년간은 유죄 판결된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취업이 제한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법무부 장관의 승인이 있을 경우는 예외로 한다.)
비관련 자산투자와 부적절한 투자 결정의 예로, 아시아나항공㈜과 ㈜대우건설 등 지난 10년간 경영진의 선호에 따른 비관련 자산투자로 2300억 원의 투자손실을 초래했다고(손실률 -62.5%) 지적했다. 또한 논란이 많았던 금호리조트 건도 기존 사업과 시너지가 없고, 부채 359%에 영업손실을 내는 사업을 이익(EBITDA)의 173배라는 높은 가격에 인수한 것을 문제 삼았다.
회사에서는 즉각 반박했다. 우선 우월한 성과에 비한 낮은 밸류에이션에 대해서는 2011년 시가총액 5조1000억 원에서 10년 후인 2020년 4조7000억 원으로 주식 가치가 정체됐다는 주주제안의 지적에 2020년에 과거 2011년의 최고점을 회복한 것으로 현재 고부가가지 사업 구조로 체질을 개편하는 중이고, 2021년 실적 급성장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맞섰다. 또한 사업 구조적으로 해외 선도 화학회사 대비 불리한 상황으로 밸류에이션이 낮은 다른 요인이라며, 사업성과와 시장 저평가를 연계해서 수평 비교로 설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거버넌스 우려에 대해서는 지배구조 개선에 지속해서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주총 이후 회사의 지배주주가 2021년 5월 4일 “회사 경영 기반이 견고해졌다고 판단해 대표이사를 비롯한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고 전문경영인에게 길을 열어주겠다”고 사퇴한 바 있다.
비관련 자산 투자에서도 현재 손실 상태인 자산을 즉시 매각하는 것보다는 적정 가치를 회복한 후 매각하는 것이 온당하다는 것이다. 리조트 사업 또한 현재의 이익 자체보다는 ‘부동산 가치’를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 현대자동차 그룹에서 삼성동에 부동산을 매입할 때 주주들의 엄청난 비난을 받은 바 있는데, 이후 부동산 가치가 급증하면서 엄청나게 가치가 불어난 것을 보면 경영판단의 원칙상 일견 이해할 여지도 있다.
위와 같은 주주제안과 회사 측 주장 속에서 본 주총의 이사 선임에 대해서는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의 판단이 모두 달랐다. 결론은 회사 측 이사 안건을 모두 찬성한 경우, 주주제안 이사 안건에만 찬성한 경우, 안건들의 맥락을 고려하여 사안별로 판단한 경우로 나뉘었다.
일반적으로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 상 이사 선임은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찬성’하고 있다. 즉 회사의 경영판단의 원칙과 기존에 주총에서 선임한 회사 이사진의 판단을 존중해 이사회 안건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찬성 의견을 내는 것이다.
당 연구소는 사내이사와 감사위원에 대해서는 이사회 쇄신, 효율성 및 최소한의 견제 필요성을 이유로 회사에 주주제안을 상정한 최대주주의 안건을 지지했다. 나머지 이사진은 회사 측 안건에 찬성했다. 회사와 주주 입장 모두를 거시적 시각에서 바라보고 각각의 안건에 대해 판단을 했다.
사내이사에 대해서는 주주제안의 미래 경영 비전과 더불어 10대 그룹 총수 중 등기 임원이 106개 상장사 중 9개사(8.5%, 대신지배구조연구소)에 불과한 한국 현실을 고려할 때 최대주주의 이사회 참여라는 책임경영을 중시했다.
그러나 밸류에이션과 투자 타당성 등은 아직 판단이 불명확한 사안으로 보았다.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주주가치의 균형’ 및 ‘확실한 사실 기반’이라는 원칙에 기반을 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