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가해자와 동거 중입니다"…10대 여학생 청원 논란

입력 2021-07-14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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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고생이 자신을 성폭행한 친오빠와 한 집에서 동거 중이라며 도움을 호소하는 청원이 올라와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이 청원은 7만 명 가까이 동의를 받은 상황이다.

지난 1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성폭행 피해자인 제가 가해자와 동거 중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청원이 올라왔다.

자신을 서울에서 거주하고 있는 19세 학교 밖 청소년이라고 소개한 A씨는 “현재 저는 ‘집’에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A씨는 “친오빠에게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 집 리모델링 공사를 할 때부터 성추행을 당했다. 그 성추행은 점점 이어지고 대담해져서 성폭행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맞벌이를 하셨던 부모님 밑에서 자라 친오빠와는 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냈다. 껴안는 스킨십이 많았으며 저를 정서적으로 키워준 사람은 다름 아닌 친오빠였다”고 했다.

사건은 집 리모델링 공사를 하던 날 벌어졌다고 한다. 당시 한 방에서 같이 자던 두 사람. A씨는 “당시 오빠와 등을 돌리고 자고 있었지만 오빠가 절 감싸 안았고, 그런 일은 자주 있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잠을 청했다”며 “하지만 갑자기 오빠의 손이 제 가슴 위로 올라왔고, 그때 저는 ‘오빠가 갑자기 왜 그러는 걸까’, ‘실수로 만졌겠지’, ‘내가 여기서 뿌리치거나 화를 내면 오빠랑 어색해지려나’등 많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결국 조용히 계속 자는 척을 했다는 A씨는 “그 뒤로도 수십 번 오빠로부터 추행을 당했다”며 “이 추행들이 어떻게 폭행으로 바뀐 것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제가 기억하는 것은 저희 오빠와 제 관계에선 한 번도 콘돔 등의 피임도구를 쓰지 않았다”며 “오빠와 같은 공간에 머무르게 되어 오빠와 있던 일이 떠올라 불편해서 방으로 피하고 들어갈 때면 오빠는 계속 제 방으로 따라 들어왔다. 문을 잠그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었다. 부모님이 방문 잠그는 걸 좋아하지 않아 방 문 손잡이가 없었던 상태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A씨는 또 “제가 거절하는데도 오빠는 억지로 관계를 맺고 제 얼굴에 사정했다”며 “자다가 인기척에 눈을 뜨면 저를 만지며 보고 있는 오빠의 풀린 눈, 그 눈이 생생해서 저는 잠에서 깰 때 여전히 두렵다”고 토로했다.

지난 2019년 여름 결국 친오빠를 고소했다는 A씨는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런데도 이런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 “수사가 진행 중이고 검찰로 넘어간 상황에서도 오빠는 전혀 반성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A씨는 “올해 2월에도 오빠로부터 추행이 있었고 전 화를 냈지만 부모님은 오히려 저를 꾸짖으셨다”며 “답답한 제가 손목을 긋자 ‘주양육자’ 이신 아빠가 제 뺨을 두 차례 내리치셨다. 그 후 저는 정신과 입원을 했고 오빠와 접근금지 처분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A씨는 여전히 오빠와 함께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성년자이기에 퇴원하려면 부모님 동의가 필요했고 아빠는 제게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조건으로 내세웠다”며 “그렇게 전 집으로 돌아오게 됐다”고 부연했다.

이어 그는 “오빠는 가끔 제가 가진 스트레스를 알면서도 그걸 건드리곤 한다”며 “아빠에게 오빠의 그런 점이 싫다고 말씀드린 적이 한 번 있는데 돌아온 답은 ‘네가 오빠한테 살갑게 대하지 않아서 그렇다. 오빠 한번 안아주고 그래라’ 였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A씨는 “부모님은 현재 가해자인 오빠 편에 서서 사설 변호사를 여럿 선임하여 재판을 준비 중이며, 전 국선 변호사 한 분과 재판을 준비하고 있다”며 “저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거냐. 저는 아직 미성년자이기에 중요한 사안은 부모님에게 연락이 보내지고 있다. 접근금지 신청이 되었지만 저는 왜 집에서 나가지 못하는 것이며, 나가면 어디로 가야 하나”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더 이상 남매가 아닌 ‘피해자’와 ‘가해자’가 되었음에도 살가움을 요구하는 부모님 밑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걸까요?”라며 “이 사건이 공론화가 되지 않으면 처참하게 가정으로 다시 돌아가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살아 나가야 하기에 마지막 시도라고 생각하고 청원을 올리게 됐다. 많은 분들께 공유가 되어 사건이 널리 퍼질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다음달 12일 마감되는 이 청원은 14일 오후 3시 기준 6만9700명이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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