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피 신청 자체가 소송에서 유리하게 작용 분석도
14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FTC에 칸 위원장을 반독점법에 관한 조사에서 제외해달라며 탄원서를 제출했다. 빅테크 기업에 대해 오랫동안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던 칸 위원장이 객관적으로 페이스북과 관련한 사안을 처리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페이스북은 이날 제출한 탄원서에서 “칸 위원장이 이전부터 페이스북을 비판하고 특정 기업을 대상으로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해왔다”면서 “신임 위원장이 이미 (페이스북에 대해) 사실적, 법적 결론을 내렸고 대상을 범법자로 간주했다면, 적법한 절차에 따라 배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페이스북의 탄원서 제출은 자사를 상대로 한 FTC의 재기소를 앞두고 나왔다. FTC는 이달 말까지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인수한 페이스북에 대해 반독점법 위반으로 다시 기소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지난달 말 워싱턴D.C. 소재 연방지방법원은 FTC가 페이스북을 대상으로 낸 반독점 소송을 법률적 근거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다만 당시 법원은 FTC가 부족한 근거를 보완해 30일 이내에 다시 페이스북을 기소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페이스북에 앞서 아마존도 지난달 비슷한 이유로 FTC에 칸 위원장을 반독점에 관한 조사에서 제외해달라고 탄원서를 제출했다. 현재 FTC는 아마존의 할리우드의 영화 제작사 MGM 인수 계약 등을 검토 중이다.
칸 위원장은 아마존과 페이스북 같은 빅테크 기업의 독점문제에 비판적인 인물이다. 2017년 로스쿨 졸업논문 제목도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이었다. ‘아마존 저승사자’ ‘아마존 킬러’라는 별명이 생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해에는 하원 법사위원회 반독점 소위에서 일하면서 아마존과 애플, 페이스북, 구글 등이 시장지배력을 남용한다고 비판하는 보고서 작성에도 참여했다.
FTC는 페이스북과 아마존의 요청에 현재 이렇다 할 반응이나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마존이 먼저 제기한 탄원서가 보류 중이지만 시간상으로 페이스북의 요청에 더 빨리 결론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FTC는 3대 2로 민주당이 추천한 연방거래위원이 다수를 점한 상태지만 칸 위원장 업무서 배제되면 재기소 안건이 투표에서 통과할 수 없게 된다. 지난해 12월에도 2명의 공화당 추천 FTC 위원은 페이스북을 상대로 첫 번째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반대했었다.
이들 기업의 탄원서가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FTC 위원이 독점 금지법에 대한 개인 의견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이에 칸 위원장이 조사에 제외 요청이 인정될 가능성이 작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하지만 아마존에 이어 페이스북까지 탄원서 제출을 통해 칸 위원장 행보에 제동을 걸면서 빅테크와 FTC의 공방이 격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적 소송으로 이어지게 될 경우 빅테크 기업이 기피 신청을 했던 것 자체가 판결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WSJ는 “기피 신청 자체가 근래에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으나, FTC 위원의 심사 참여 자격과 관련해 과거의 행보가 문제가 돼 FTC가 집행했던 조치를 무효화시킨 판례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