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시장 보궐선거, 20대 투표율은 가장 낮았다
16일 4.7 재·보궐선거가 끝난 지 100일이 됐다. 보궐선거 결과는 여야 모두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2016년 총선 이후 승리의 맛에 취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오랜만에 패배를 당했고 국민의힘은 연패의 늪에서 벗어났다. 보궐선거 결과는 내년 3월 대선까지 영향을 줄 거라는 전망도 나왔다.
주목할 점은 보궐선거 이후 청년을 향한 정치권의 변화다. 당시 서울시장 보궐선거 방송 3사(KBS·MBC·SBS) 출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만 18세~29세 남성 중 72.5%, 여성 중 40.9%는 오세훈 후보를 지지했다는 잠정치가 나왔다. 30대에서도 남성 63.8%, 여성 50.6%가 오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궐선거 결과는 청년 세대에 무관심했던 정치권엔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그동안 국회의원 평균연령은 낮아지지 않았고, 대통령 선거 피선거권도 만40세에 머물렀다. 청년 관련 법안도 적었다. 이투데이가 지난해 10월 18~21대 국회까지 20·30대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 964개를 조사한 결과 본회의를 통과한 청년 관련 법안은 46개에 불과했다.
기성 정치인들은 신선한 충격을 받은 듯 보였다. 보궐선거 이후 여야 할 것 없이 '청년을 위한 정치'를 강조했고 부랴부랴 청년을 신경 쓰는 메시지를 던지기 시작했다. 여야 초선 의원들은 모두 변화를 강조하며 청년을 위한 정치가 필요하다고 얘기했다. 민주당 재선 의원들은 '20대 청년들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 점'을 패배 요인으로 꼽기도 했다.
그 여파는 국민의힘 전당대회와 대통령 선거 국면까지 이어졌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0대 남성을 힘에 얻고 대표까지 당선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큰 지지를 얻었다. 민주당 대선 주자들은 힙합 복장을 하고 랩을 하는 영상을 올리거나 20대들이 좋아하는 동영상 플랫폼 '틱톡'을 활용한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20대 투표율은 상대적으로 다른 나잇대에 비해 낮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보궐선거 투표율을 봐도 절반이 넘는 20대는 투표장에 나서지 않았다. 그런데도 20대를 향한 정치권의 구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투데이는 대통령 선거가 8개월 남은 시점에서 정치권이 20대를 빼놓을 수 없는 이유를 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향후 대선 국면을 좌우할 수 있는 이대녀(20대 여성)와 이대남(20대 남성) 등 청년을 향한 정치권의 방향을 예측해봤다.
지난달 30일 중앙선관위는 나잇대별 보궐선거 투표율 결과를 공개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장 선거의 20대 투표율은 46.9%, 부산시장 선거의 20대 투표율은 36.2%에 그쳤다. 60대와 70대가 70% 중반의 투표율을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전체 투표율이 서울 58.2%, 부산 52.7%임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다.
만약 방송 3사의 출구 조사가 어느 정도 들어맞는 수치라고 가정했을 때, 전체 20대 남성 72.5%, 20대 여성 40.9%가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53.1%의 20대는 투표장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준석 대표는 당시 페이스북에 "20대 남자, 자네들은 말이지…"라며 20대 남성을 치켜세우는 듯한 말을 남겼지만, 20대 남성 중 투표를 하지 않은 인원이 더 많다. 선관위 조사 결과에서도 20대 전반 남성은 49.5%, 20대 후반 남성은 41.3%만 투표장에 나섰다. 20대 전체 남성 중 절반 이상은 투표장에 나서지 않은 것이다.
이 대표의 말은 완벽히 틀렸다고 보긴 어렵다. 낮은 투표율이더라도 투표자 내에선 국민의힘을 지지한 인원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투표하지 않은 사람 중 민주당을 지지한 인원이 더 많지도 않다. 전체 나잇대로 투표율을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예를 들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투표율이 41%였을 거다. 그때 투표율이 70%라고 하면 계산했을 때 28%가 된다"며 "그게 의미가 없는 게 아니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보면 (20대 투표율이 낮은 게) 한계지만 그게 의미가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과거보다 (투표율이) 얼마만큼 올라왔는가 이런 걸 볼 때도 훨씬 더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투표율이 낮아도) 의미가 있다"며 "투표율이 얼마가 나오든 20대와 30대에서 (지지율이 높은 건) 국민의힘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대와 30대가 정치적인 영향력 측면에서 처음 관심을 받았던 것"이라며 "이번 같은 경우 20대와 30대가 집단으로 뭉치니깐 그들의 정치적 영향력 행사가 입증됐다는 큰 의미를 만들어냈다고 볼 수 있다"고 얘기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국민의힘을 향한 20대 유권자의 지지는 드러난다. 16일 한국갤럽이 13일부터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P))에 따르면 20대 중 23%가 국민의힘을, 19%가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했다.
12일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5일부터 닷새간 전국 만 18세 이상 251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0%P)에서도 20대 중 36.3%가 국민의힘을, 24.0%가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투표율을 전반적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있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6일 이투데이와 통화에서 "(투표율에) 너무 그렇게 비중을 둘 필요가 없다"며 "전체를 결정하는 데 별로 영향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보궐선거를 볼 것 같으면 전반적인 투표 성향에서 국민의힘이 대승을 거둔 것"이라며 "연령별 투표율에다가 비중을 크게 둘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20대 투표율이 낮더라도 보궐선거에서 청년 세대의 결집력을 보여준 상황. 20대 유권자들은 대선에서도 캐스팅보트를 쥘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선이 8개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 정치권은 20대를 향한 구애를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13일 이투데이와 인터뷰에서 "대선 투표율은 일반적으로 좀 더 높다"며 "서울시장에 투표한 20대들도 '우리가 이 정도로 단결된 힘을 보여준다'는 건 몰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72.5%라는 당시 20대 남성의 수치나 이런 것들은 다음 선거에서 더 강한 투표 의지를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위원장도 "(20대의 지지를) 바탕으로 해서 이준석이라는 대표 탄생을 쓸 수 있었고 그걸 바탕으로 기호 2번을 갖고 내년 대선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이라며 "당은 당 나름대로 내년 대선을 철저하게 준비하면 된다"고 분석했다.
이 대표는 최근 대변인 선출을 위한 토론배틀 '나는 국대다(국민의힘 대변인이다)'에 이어 국민의힘 대학생위원을 선출하는 '나도 국대다'를 계획 중이다. 민주당도 이동학 청년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변화를 시도하며 청년을 향한 손짓을 내밀고 있다.
대선 후보들도 정치 행보에 '청년'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정치 참여 후 민심 소통 목적으로 '윤석열이 듣습니다'라는 이름의 행보를 시작하며 청년과 함께했다. 첫 일정으로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AIST)을 찾아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었고 두 번째 일정으로는 스타트업 종사자들과 간담회를 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전날 국민의힘 입당과 동시에 "청년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여권에서도 박용진 의원이 이달 초 서울 마포구 스타트업 지원센터 ‘프론트원’을 방문해 인공지능(AI) 청년혁신기업 간담회를 진행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 클럽하우스에서 젊은 층과 소통하기도 했다.
박 평론가는 대선 국면에서 20대의 정치적 영향력이 높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대선은 세대만 보면 20대가 키를 쥐고 있는 것"이라며 "20·30이 어떻게 가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30은 40·50이나 60대 이상처럼 한 구도로 쏠리진 않을 것"이라며 "20·30의 정치적 영향력은 역대 어느 때보다 상당히 높다"고 평가했다. 이를 위해 윤 실장은 "투표를 했을 때 변화할 수 있다는 투표의 효능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