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e스포츠는 과거 스타크래프트부터 시작해 현재 다양한 게임으로까지 범위를 확장했다. 게임이 많아지니 2019년 국내 e스포츠 시장 규모는 1400억 원대로 추산될 정도로 성장했다. e스포츠 시장이 이렇게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동네 PC방 등에서 펼쳐진 작은 게임 대회가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다.
이준환(35) 허그매니지먼트 대표는 국산 게임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의 아마추어 게임 리그를 기획해 운영하고 있다. 허그매니지먼트는 2016년 설립된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다. 게임 개발자도 아닌 그가 게임 대회를 운영하는 것은 새로운 게임 문화를 만들어보겠다는 목표가 있어서다.
그는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아무리 잘 만들어진 게임이라도 게임 내 콘텐츠 소비가 끝나고 더 새로운 것이 제안되지 않는다면 퇴보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배그 클랜(게임 내 모임)을 운영하면서 콘텐츠 고갈과 함께 이탈하는 사용자들을 바라보며 그 점을 아쉬워하던 차에, 콘텐츠를 꼭 게임사만이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님을 깨달았다”며 게임 리그 창설 이유에 관해 설명했다.
이 대표는 올해 배틀그라운드 카카오게임즈 서버 내에서 클랜 단위 아마추어 리그인 ‘CK 리그’를 기획해 운영하고 있다. CK는 배틀그라운드에서 승리 시에 나오는 ‘이겼닭! 오늘 저녁은 치킨이닭!’의 치킨(Chicken)에서 따왔다. 리그는 분기마다 정규시즌이 진행되고, 예선리그까지 진행해 선출된 선수로 경기를 진행한다. 현재 10개 이상의 클랜이 리그에 참여하고 있으며 앞으로 참여 클랜도 지속해서 늘릴 방침이다. 연말에는 상위권 성적의 팀들을 모아 컵 대회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상위권 경쟁과 다음 시즌을 노리는 중위권의 경쟁, 강등을 피하려는 하위권 경쟁 등 모든 참가자가 매 경기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기획 단계부터 고심했다”며 “성적에 웃고 우는 진솔한 게임 문화를 추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리그 경기는 선수 개인이 아닌 클랜 단위로 참가할 수 있다. 선수 한 명이 아닌, 선수단을 응원하기 때문에 소속 클랜원들의 파급력이 크다. 리그 경기가 있는 날이면 참여하는 클랜에 소속돼 있는 사람들은 인터넷 중계를 시청하면서 응원의 열기가 뜨겁다. 리그를 지속하면 할수록 상징적인 선수가 나올 수 있고, 더 나아가 프로 리그까지 진출할 수 있는 등용문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
그는 CK 리그가 새로운 게임 문화 사업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온라인으로 리그가 운영되고 진행되는 만큼 다양한 방향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것. 현재는 배틀그라운드 게임 리그만 진행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리그 오브 레전드 등 다양한 게임의 아마추어 리그 창설도 계획하고 있다.
이 대표는 “실력으로 게임을 즐기는 선수들, 그런 선수들을 응원하는 사람들, 스타의 등장과 이를 지지해주는 클랜 가족들이 경기를 통해 즐거워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게임 문화를 만들고 싶다”며 “게임은 게임 회사가 만들고, 게임 문화는 허그매니지먼트가 만들어 상생의 길을 걷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