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때일수록 백신 접종 중요성 강조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빠르게 번지면서 백신을 접종한 후 추가로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돌파 감염’ 사례가 세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이에 기존에 개발된 백신의 효능에 의문이 제기되지만, 전문가들은 백신을 접종해야 중증질환을 예방하고 사망률을 낮출 수 있는 만큼 백신 접종의 중요성을 놓쳐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유럽은 6대주 가운데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 5000만 명을 돌파했고 코로나19가 창궐한 후 현재까지 130만 명이 사망했다. 유럽 내 확진자는 전 세계 비중의 27%, 사망자 비중은 31%를 기록했다.
유럽은 전파력이 빠른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확진자가 2500만 명에 도달하기까지 350일이 걸렸지만 이후 2500만 명이 추가로 늘어나기까지 불과 194일이 걸려 감염 속도가 빨라졌다. 이에 로이터는 “델타 변이가 약 100개국에서 발견됐고 현재 전 세계적인 지배종으로 자리 잡았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세계 곳곳에서 백신을 접종하고도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돌파 감염’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인도의학연구위원회(ICMR) 니베디타 굽타 박사 연구팀에 따르면 5월 전후인 코로나19 2차 유행 당시 백신을 접종하고도 바이러스에 감염된 돌파 감염자를 분석한 결과 86%가 델타 변이에 의한 감염이었다. 또 이스라엘 보건부 데이터는 화이자 백신의 예방 효과가 기존 바이러스에서는 94%에 달했지만 델타 변이 확산 후 64%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2월 화이자 백신으로 대국민 접종을 시작해 현재까지 전체 인구의 56%가 넘는 522만여 명이 2차 접종을 마쳤지만, 신규 확진자 절반 이상, 중증 환자의 60%가량이 2회 접종을 마친 돌파 감염 사례로 확인됐다.
국내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최근 일주일간 변이 바이러스 검출률은 52.6%로 나타났고 이 가운데 델타형이 39.9%로 가장 높았다. 델타형 변이는 6월 3주 차만 해도 국내 확진자 중 검출 비율이 2.5%에 불과했지만 이후 주차별로 3.3%, 9.9%, 23.3%, 33.9%로 빠르게 높아지는 추세다. 국내 방역당국은 “델타형 변이는 아직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우점화가 되지 않았지만,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고려할 때 수주 내 우점화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진단했다.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코로나19 유행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자 일각에서는 백신 효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백신 접종의 필요성이 강조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해외만 봐도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의 사망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낮다. 특히 국내의 경우 백신 접종이 70대 이상의 중증ㆍ사망 예방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라며 “물론 백신이 바이러스 감염을 100% 예방할 수 없기에 돌파 감염이 발생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백신 접종의 중요도가 떨어진다고 볼 수 없다. 백신 접종은 중증질환을 예방하고 사망률을 낮추는 데 분명 효과가 있다”라며 백신 접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천은미 이화여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역시 “백신을 맞지 않으면 감염률을 10%밖에 줄일 수 없지만, 맞으면 40% 정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백신 접종으로 가족이나 지인 간 감염을 막을 수 있고, 지역사회 감염도 차단할 수 있다. 또 65세 이상 고령자는 백신을 맞아야 중증으로 악화되는 비율과 사망률을 줄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돌파 감염 사례 등장으로 백신 효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만큼 국민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해 정확한 정보 전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재갑 교수는 “언론에서 단순히 돌파 감염 사례를 보도할 게 아니라 백신 접종이 중증질환과 사망자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전달해 백신 접종의 예방 효과를 알리는 것이 국민 불안감은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