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공공 주도 주택공급 정책이 흔들리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의 경우 52곳 후보지 중 절반 이상이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0일 발간한 '건설동향 브리핑'에서 "정부가 일련의 대책을 통해 공공 주도의 주택공급을 추진하고 있으나, 최근 곳곳에서 '공공'에 대한 거부감으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건산연은 "공공이 주도하거나 공동 시행하는 정비사업에서 사업시행 방식과 관련해 주민 간 갈등이 본격적으로 분출하고 있다"며 "일부 구역에서는 민간 시행 방식으로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이날에도 정부가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로 선정한 부산 당감4구역 일부 주민들이 국토교통부에 사업 철회 요청서를 제출했다. 후보지 토지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라고 주장한 이들은 "당감4구역은 교통 요충지로 인구 유입과 유동성이 좋아 임대주택은 세입자를 구하기 쉽고 상가는 공실 없이 안정적인 임대료 수익을 올릴 수 있어 대부분 고령인 토지주들은 안정된 노후를 보내고 있다"며 "갑자기 정부가 공공개발을 하겠다고 해 생존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주장했다.
건산연도 2·4대책에서 제시된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과 관련해 52곳 후보지 중 6월 23일 기준으로 10% 이상의 주민 동의율을 확보하며 예정지구 지정요건을 갖춘 곳은 21곳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21곳 중 3분의 2 이상 주민 동의율을 확보하며 본지구 지정요건을 충족한 곳은 4곳이다.
건산연은 앞으로 사업 추진이 본격화되면 여러 후보지에서 사업수단, 2·4대책에서 보장하기로 한 초과수익의 산정 방식 및 액수, 단지 고급화 정도 및 비용분담 주체, 세입자 대책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공공재개발에 대해서도 건산연은 '최대어'라 불리는 흑석2구역을 비롯해 강북5구역, 상계3구역 등에서 사업 시행에 공공이 개입하는 것과 높은 공공임대주택 비율에 대한 거부감으로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공공재건축 역시 정부가 목표로 한 5만 가구 공급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공급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한 대단지들이 다 빠진 데다 후보지로 선정된 5곳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였던 관악 미성건영이 사업을 포기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해서다.
이태희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공공 시행 정비사업이 민간보다 사업속도나 품질 등에서 비교우위에 있다고 말하기 힘들고, 경우에 따라 결과가 더 나쁠 수도 있다"며 "수익 극대화를 원하고 임대주택 공급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토지주들의 이기심을 죄악시하지 말고, 적절한 선에서 이를 활용하는 지혜로운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