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경선 친문 구애 '문 대통령 지키기' 올인
'비문' 이재명, 비판 여론 자유로워
‘김경수 변수’가 불거졌다. 여권에선 물밑에서 ‘김경수 대망론’이 제기되는가 하면, ‘문재인 대통령의 황태자’란 수식어까지 나올 정도로 잠재적 대권 주자로 평가받아 온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 사건 재판으로 정치생명이 중단되는 위기를 맞았다. 더불어민주당의 대권 본경선 레이스에 ‘김경수 리스크’가 등장한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말 지지율이 여전히 견고하다. 이런 상황에서 김 지사의 낙마는 ‘친문 표심’이 구심점을 잃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흔들리고 있는 친문을 향한 경선 후보자들의 구애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분석된다.
당장 대권주자들은 친문 표심을 일부라도 흡수하기 위한 치열한 눈치 작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여권의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대법원의 유죄 확정 선고 자체로 인한 충격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김 지사가 대선 주자로 본격 등판한 상황도 아니고, 국민들도 드루킹 사건의 본질을 이미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평론가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본선에 진입하기 전인데다 정권 교체론이 시들한 상황에서 김경수 리스크 자체가 여권 지지율 하락에 대한 결정적인 규정력을 내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각 대선 후보들은 결과적으로 당내 경선 단계에서 문재인 지키기에 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여당이 문재인 대통령을 보호해야 하는 상황에서 친문 지지층을 의식해야 하는 건 대선주자들도 마찬가지”라며 “정권 교체 이후 상황까지 염두에 둬서 김경수 유죄 판결을 계기로 ‘이때다’하고 문재인 지킴이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가운데 여권의 유력 대권 주자인 이재명 경기 지사로서는 친문 잠룡(김경수 지사)이 정치생명에 위기를 맞이한 까닭에 가장 큰 수혜를 입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비(非)문(문재인)인 이재명 지사로선 지난 대선 과정에 대한 부채의식도 없어서 여권을 향한 부정적인 여론에서 가장 적은 타격을 받을 것이란 해석이다. 친문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나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도 갈 곳 잃은 ‘친문 표심’의 흡수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그동안 무응답했던 20%가량의 여권 지지자들이 김경수 지사 변수를 계기로 설문조사에 응답할 것”이라며 “근시일 안에 분석될 지지율 조사에서 각 후보 캠프에 미치는 영향이 확연히 드러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재인 대통령 정권 출범의 정통성에 의혹을 제기하는 범야권의 공세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부정선거를 빌미 삼아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론을 비롯해 특검론까지 다시금 연결될 수 있다. 부산·경남(PK) 표심도 위태롭다.
이종훈 평론가는 “가덕도 신공항이나 부울경 메가시티 등 PK 달래기에 열을 올렸던 여당으로선 김 지사가 없이 물량 공세가 무위로 돌아갈 상황에서 지지율 하락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