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스쿨 학장·파슨스 디자인스쿨 경영학과 종신교수
여러 질문이 있었는데 그 중 두 가지를 공유하고자 한다. 이 두 질문은 벤처를 진행하는 창업자에게도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질문은 지난해 코로나로 증대된 불확실한 시간에 어떤 접근방법이 조직을 이끄는 데 도움이 되었으며, 이와 더불어 앞으로 다가올 상황에 대한 리더십 조업을 해 달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전 세계 지도자들이 점점 자국주의와 배타성을 이용해 지지층을 구축하는데, 기업이나 교육조직의 리더들이 어떻게 대응하고 맞서 싸울지이다. 미국 기업의 우수 인재들이 더욱 다양화되는 현실에서 자국주의, 인종차별, 다름에 대한 거부감 등은 리더들이 조직을 이끄는 데 크게 신경써야 할 부분이다.
이 두 질문에 대한 나의 생각은 다음과 같았다. 코로나가 바꾼 것 중 가장 큰 것이 비대면을 통해 일을 추진하는 것이다. 한국과는 달리 미국에서 있었던 록다운(Lockdown) 대응은 어떤 형태의 모임도 차단했기에 모든 일을 완전히 온라인으로만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리더나 벤처를 진행하는 창업자에게 너무나 큰 제약을 주는 상황이었다. 어려운 시기에는 특별히 서로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고, 신뢰는 반드시 일을 처리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상대가 내 편이라는 감정이 중요하다. 이런 감정을 쌓는 데는 여러 모양의 소통이 필요한데, 모자이크처럼 처리되어 얼굴만 보이는 온라인은 관계를 구축하는 데 크게 모자라기 때문이다.
더욱이 매일 새로운 문제나 이슈가 다가오고 미팅들이 온라인으로 잡히는 상황은 리더로 하여금 즉각적 대응을 하게 내몰고, 자칫 무엇이 중요하고 왜 이런 일이 있으며 어떤 것이 더 심각성이 있는 이슈인지에 대한 판단을 흐려 놓는다. 더불어 온라인에서 진행되다 보면 상대에 대해 섭섭하고 실망하고 의심하는 감정들이 더 커진다.
이런 상황에서 내 자신이 가장 도움을 받았던 것은 조직원들이 제시하는 문제와 나의 대응에 어느 정도 공간을 두고 다가가는 것이었다. 공간을 둔다는 것은 문제의 이슈와 나라는 사람을 어느 정도 분리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특히 리더는 이런 상황에서 스스로 자신의 감정적 반응이 어떤지를 살펴야 한다. 팀원들의 태도나 문제 제기에 반응하는 나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인지하고 분석하고 그 감정을 인정할 수 있어야 문제 해결 과정에서 감정에 휘둘려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상황을 피하고 좀 더 객관적으로 문제의 근원을 알 수 있으며 보다 공정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일을 진행할 수 있다.
두 번째 질문은 여러 모양의 조직이 생각보다 많이 접하는 상황이다. 자국주의나 국수주의를 외치는 지도자들은 사실 인그룹/아웃그룹(in-group/out-group)으로 상대를 나누려는 우리의 성향을 이용하는 것이다. 인그룹/아웃그룹 멘탈리티(mentality)는 미래 존재가 위협을 받거나, 현 상황이 어려울수록, 기회의 수라든가 나누는 양이 적을수록 눈에 띄게 드러나는 인지심리이며 행동이다. 팀이나 조직 안에 인그룹/아웃그룹의 구별이 강해질수록, 관계편협성이 증가할수록 창의성, 협업, 그리고 혁신 가능성은 큰 타격을 받는다.
인그룹/아웃그룹으로 세상을 나누는 것은 어찌보면 인간의 DNA에 박혀 있는 변할 수 없는 성향이기도 하다. 내 편이 아니면 남, 내 편도 아니고 남도 아니면 더 존재를 무시하는 것이라 보면 되겠다. 하지만, 이는 또한 우리가 신뢰를 쌓는 기본조건이 되는 경우도 많다. 내 편이라는 생각은 적어도 그룹 안에서의 상대에 대한 너그러움과 정보공유 등 중요한 행동들을 촉진시키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인간의 본능적 성향을 좀 더 긍정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유연적 인지(flexible cognitive style)이다. 이는 내 스스로 느끼며 노력한 것으로 종종 리더의 역량으로 생각해 왔으나, 사실 더 중요한 것이 리더가 조직 구성원들의 유연적 인지 능력을 증진시키고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다. 유연적 인지 능력은 내 편이 아닌 남의 시야와 상황도 이해하려는 데서 근거하는데, 이 또한 시작은 내가 그보다 무엇을 덜 가졌는지보다 내가 그보다 무엇을 더 가졌는지를 인지하는 데서 시작한다. 내가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는 방어기제가 발현되고 자기보호 본능이 강해지며 책임회피 모드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모두가 힘을 모아도 어려울 수 있는 벤처에 유연적 인지 능력은 혁신의 가장 중요한 조직 마인드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