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빈 대장이 실종된 히말라야 브로드피크(8047m)에서 한국 산악인의 유해가 발견됐다. 무려 22년 전 실종됐던 고(故) 허승관 씨다.
26일 외교부 당국자와 산악계에 따르면 이달 초순께 브로드피크 베이스캠프 근처에서 한 외국인 등반대가 허씨의 시신을 찾았다. 시신과 함께 발견된 재킷과 깃발 등을 토대로 고인의 신원이 확인됐다.
허씨는 연세대학교 산악부 등정대 소속으로 1999년 7월29일 브로드피크를 올랐는데 해발 7300m 지점에서 등반을 포기하고 내려오다 실종됐다. 다음날 다른 대원들은 허씨가 사라진 사실을 깨닫고 수색 작업에 나섰지만, 허씨의 것으로 보이는 의류 등 유류품 일부만 찾고, 결국 허씨는 발견하지 못했다.
히말라야에서 실종된 시신을 22년이나 지난 시점에서 발견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앞서 2009년 9월 직지원정대 일원으로 히말라야 히운출리 북벽을 오르다 연락이 끊긴 민준영·박종성 대원 시신이 10년 만인 2019년 7월 발견된 전례가 있지만, 다수 실종자는 히말라야에 잠들었다.
허 씨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연세산악회 측이 인력을 파견했으나 국내로 시신을 운구하기는 여의치 않은 상황이어서 현지에서 화장으로 장례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김 대장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오후 4시58분쯤 브로드피크 완등 소식을 전하고 하산하던 중 밤 12시쯤 해발 7900m 지점에서 조난당했다. 위성전화로 구조신호를 보낸 그는 19일 오전 러시아 구조팀에 발견돼 주마(등강기)를 타고 올라가던 중 다시 추락해 결국 실종됐다.
파키스탄 정부는 김 대장 수색에 육군 항공구조대 헬기 2대를 투입했고, 중국 당국도 구조대원 10명과 헬기 2대, 무인기 등을 동원해 수색·구조활동을 벌였지만 결국 그를 찾지 못했다.
이날 김홍빈 브로드피크 원정대 광주시 사고수습 대책위원회는 사고 지점의 험준함과 전날 수색 결과를 고려, 현실적으로 생환이 어렵다고 판단한 김 대장 가족들과 현지 대원들의 의사를 존중해 김 대장에 대한 추가 수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