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함께 일을 할 수 없습니다”
박재영(28, 가명) 씨는 정규직으로 취업한 지 10일 만에 회사를 떠나야 했다. 출근길에 그의 애인과 손을 잡고 회사 앞까지 왔는데, 회사 사장과 마주쳤다. 이날 박 씨는 사장으로부터 “젊을 때 성소수자 커플을 할 수는 있지만, 나이 들면 바뀐다”는 등의 말을 반복해서 들어야 했다. 같은 날 퇴근 무렵, 박 씨는 사측의 해고 통보를 받았다.
박 씨는 이투데이와 만나 “회사가 퀴어펍(성소수자들이 자주 모이는 술집)에 납품을 하는 회사인 만큼 성소수자 커플이라는 이유로 해고될 것이라고 생각지도 못했다”며 “아우팅(outing·타인에 의해 성적 지향 또는 정체성이 공개되는 행위)을 당해도 나를 지켜줄 법이 있다고 생각했다. 순진했다”고 말했다.
회사에 따져도 봤다. 사측은 ‘업무 호흡이 맞지 않아서’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다. 지방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에도 도움을 요청했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이라 도와줄 방법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현재 그는 정부24에 구제신청을 한 상태다.
박 씨는 “한국 사회는 하나의 틀을 만들어놓고 거기서 벗어나는 사람은 배척한다. 일자리든 어디서든 밀어내기 바쁘다. 성소수자를 비롯한 다양한 유형의 사람을 포용하는 사회가 공정한 사회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래야 나처럼 틀에서 벗어난다고 해서 해고당하는 사례가 더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투데이가 만난 성소수자들은 공정을 논하기 위해선 ‘차별’이 없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차별이 존재하는 불평등한 지대에선 경쟁조차 시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이유다.
시민단체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행성인)의 상임활동가 지오 씨는 “성소수자는 자신들이 겪은 불공정성을 알리기 위해선 성정체성을 밝혀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며 “그 문턱으로 가기까지의 두려움도 크다. 차별금지법은 문턱을 낮추는 신호와도 같다”고 설명했다.
해고된 후 박 씨는 여전히 구직 활동 중이다. 그는 취재진에 이틀에 한 번꼴로 재취업을 위한 면접을 보고 있다고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