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중국증시 버블 붕괴 충격 재연 우려
내년 당대회 앞두고 지지세 결집 위해 규제 강화 나서
대기업 통제 통한 중소기업 보호 방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권력 다지기에 기업들이 희생양이 되고 있다. 내년 개최될 중국 공산당 제20차 당대회를 앞둔 시진핑이 장기집권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독점적 지위를 쌓아 올린 대기업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역풍을 맞은 중국 기업과 시장에서 벗어나려는 ‘셀 차이나’ 움직임도 가속하고 있다고 28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진단했다.
당국의 규제 칼날로 중국증시는 현재 아시아증시 중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와 선전거래소 대표 종목 300개로 구성된 CSI300지수는 올 들어 지금까지 9% 가까이 하락했다. 홍콩 항셍지수도 같은 기간 8% 떨어져 큰 손실을 봤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주가도 3일 연속 폭락 중이다. 미국에 상장된 98개 중국 기술 대기업으로 구성된 ‘나스닥골든드래곤차이나지수’는 최근 3거래일 동안 19% 이상 급락,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이 지수는 지난 2월 고점 대비 거의 반 토막이 났으며,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무려 8290억 달러(약 959조 원) 증발했다.
이러한 자금 유출 움직임은 중국 전체 시장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 위안화 가치는 미국 달러화에 대해 약 3개월 만에 최저 수준에 움직이고 있다. 중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7bp(bp=0.01%포인트) 오른 2.94%로,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채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미국 국채와 달러, 일본 엔화는 중국 리스크를 의식한 투자자들이 피난처를 찾기 시작하면서 일제히 상승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2015년 중국증시 버블 붕괴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던 악몽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규제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알리바바, 텐센트 등 IT 플랫폼은 물론 사교육 산업과 음식배달업체에 이르기까지 고강도 규제를 가하고 있다. 이에 더해 시진핑 지도부는 교육비와 함께 국민의 큰 불만인 주택시장 과열도 파고들겠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부동산 개발회사가 많은 채무를 지고 있는 만큼 향후 규제 동향에 따라 중국 경제 하강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닛케이는 전망했다.
중국 정부가 이러한 여파를 감수하고 잇따른 규제 강화에 나선 배경에는 2022년 당 대회를 앞두고 권력 기반을 굳히고자 하는 시진핑 지도부의 속내가 있다. 대기업에 대한 통제 강화를 통해 고용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을 보호하겠다는 방침을 선명히 드러냄으로써 국민의 폭넓은 지지를 모으겠다는 전략이라는 평가다.
중국의 실질적 경제 사령탑인 류허 국무원 부총리는 전날 포럼에서 “중소기업은 일자리 유지의 주역이며, 중소기업이 좋아져야 경제도 좋아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발전과 안정의 (정책적) 조정은 공평한 경쟁 환경을 보호하려는 것이 목적”이라며 데이터 보안 등을 이유로 한 거대 기업에 대한 통제 강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중국 당국의 옥죄기가 어디까지 확대·강화되느냐에 쏠리고 있다. 홍콩 소재 CMB국제증권의 데니얼 소 투자전략가는 “현재 핵심 관심사는 당국이 더 많은 조치를 취해서 단속을 다른 분야로 확대할지 여부”라며 “규제 우려는 하반기 시장의 핵심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투자정보회사 뉴컨스트럭츠의 데이비드 트레이너 최고경영자(CEO)는 “저가매수(buy-the-dip) 기회가 보이지 않고 있다”며 “최근 중국의 규제 단속은 끝이 아니라, 지도자들의 통제와 지휘 강화의 시작”이라고 경종을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