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이목이 쏠려있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의 스페셜 에피소드 ‘킹덤: 아신전’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23일 공개된 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본 콘텐츠’ 2위에 오르며 그 관심을 입증했다.
작품의 중심에는 연출을 맡은 김성훈 감독이 있다. 킹덤 시리즈 1, 2를 거쳐 ‘아신전’까지 호흡을 맞춰온 콤비 김은희 작가와 새롭게 아신을 연기하게 된 배우 전지현까지. 어벤져스급 제작진과 배우들이 뭉쳐 한 작품을 만들어 놓는 데까지 김성훈 감독은 총괄, 진두지휘를 해내며 작품의 한 중심축이 됐다.
‘아신전’ 연출은 그에게도 도전이었다. 킹덤 시즌 1, 2가 시리즈물로 제작된 반면, ‘아신전’은 92분 단 한 회의 에피소드로 많은 이야기를 응축해야 됐기 때문이다.
28일 화상으로 만난 김성훈 감독은 “분량도 짧고, 최고의 퀄리티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며 “매분 매장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치를 장면에 담고자 노력했다. 여태까지 작업으로 따지면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길이상으로만 따지면 영화에 가깝다고 생각했어요. 영화인지 드라마인지 구분을 따로 하지 않았어요. 영화 이상의 감동을 주기 위해 완성도를 높이는 데 중점을 뒀어요. ‘킹덤’의 기존 시리즈보다 더 밀도 있게 상징적으로 표현하려고 했죠. 화면의 질감이나 색감 등 영상미에 집중했는데,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전달이 됐는지는 모르겠네요.”
‘킹덤:아신전’은 ‘킹덤’ 시리즈의 앞선 시대의 이야기 그린 번외편이다. ‘킹덤’이 죽은 자를 되살리는 생사초로 조선과 좀비의 만남을 그렸다면, ‘아신전’은 비극을 불러온 생사초와 역병의 기원을 쫓아가는 이야기 그린다.
다만 작품에 대한 호불호는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 김성훈 감독은 “시청자들의 호불호 등 다양한 반응을 접했다”며 “‘호’가 많다면 기쁘고, ‘불호’에 대해서는 ‘왜 그랬을까. 어떤 문제일까’를 다시 고민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킹덤’의 시즌 1과 2에 이어 ‘아신전’까지 김은희 작가와 세 번째 호흡을 맞춘 데에는 김은희 작가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두터웠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처음 ‘킹덤’을 같이 하기로 한 것도 김은희 작가의 글에 대한 확신, 태도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세 번째 작업을 하다 보니까 더는 말로 하지 않아도 될 정도가 됐어요. 특히 ‘킹덤’이 가야 할 길, 지향점에 대해서는 서로 생각이 같거든요.”
‘아신전’으로 처음 호흡을 맞추게 된 배우 전지현에 대해서는 “첫 장면을 찍는데 한 컷 만으로 전지현이 20여년 동안 아시아의 톱배우로 자리 잡고 있는 이유를 알겠더라”며 치켜세웠다.
“제주도 첫 촬영에서 간단한 동작이지만 전지현 씨가 경사진 나무도 타야 하고 와이어도 달았어요. 100여 명의 스태프가 있었고 전지현 씨가 멀리서 숲 사이를 걸어왔는데, 눈코입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데 배우가 풍기는 아우라가 있더라고요. 촬영에서는 포즈, 표정, 적극성까지 대단했어요. 10번 가까이 찍었는 불만 한번 없이 완성해내려고 하는 모습이었죠.”
그러나 극 중 전지현의 분량을 두고는 아쉬운 반응이 터져 나왔다. ‘킹덤: 아신전’은 아신의 전사를 다룬 작품으로, 주인공인 아신 역을 맡은 전지현은 극 중반 이후에 등장한다. 전반부는 아신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김시아가 소화했다. 전지현의 활약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은 그의 분량과 다소 정적인 액션, 대사가 거의 없다는 점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에피소드 끝 무렵에 보이는 아신의 엄청난 분노와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아신이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 과정이 필요했어요. 결국 이 작품은 아신이란 인물의 한을 그려야 했어요. 그랬기에 액션도 화려함은 자제하려고 했죠. 기대하신 분들은 아쉬울 수 있겠지만, 마지막에 아신이 분노를 표출하는 장면에서 개개인을 응징하는 것보다는 건물 위에서 내려다보며 지옥도를 펼친 군영을 지켜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또 대사가 사라진 대신 음악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아신의 꾹꾹 눌러진 한의 감정을 달파란 감독님이 만족스럽게 작업해주셨죠.”
‘아신전’을 통해 ‘킹덤’의 세계관을 탄탄히 다진 만큼 시즌 3에 대한 기대감도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감독으로서 하나의 시리즈를 계속해서 맡는 것도 유의미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한 작품 안에 갇힐 수 있다는 고민과 걱정도 있을 것. 김성훈 감독은 앞으로도 ‘킹덤’ 시리즈의 연출을 계속 맡을 의향이 있을까.
“3편이 만들어질 지는 오늘 일도 모르는 입장에서 내일 일을 생각하기 곤란한 입장이라 확답은 어려워요. 어쨌든 작가님과도 사석에서 ‘할 거야, 말 거야. 합시다’라고 의기투합했던 건 사실이에요.(웃음) 고민되고 우려되는 지점도 분명히 있죠. ‘아신전’을 찍으면서 느낀 건 익숙함에 대한 안정감이 있어요. 고향 같은 느낌이 있더라고요. 기존 줄기에서 다른 가지를 뻗어 나가는 것도 새로운 도전이 될 수 있다는 걸 배웠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