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시장이 수년 내 10조 원대로 성장이 예상되면서 토종 기업들의 글로벌 공세가 거세다. 토종 보톡스 제조사들은 국내 시장에서 80%를 장악할만큼 높은 점유율을 기록중이지만 해외시장에서는 글로벌 강자인 엘러간, 제오민 등에 밀려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31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에스테틱 소사이어티와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에 따르면 2019년 북미 보툴리눔 톡신 시장 규모는 약 32억 달러(약 3조7000억 원)로 추정된다. 글로벌시장은 연평균 7~9%씩 성장해 2026년에는 약 89억 달러(약 10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톡스 시장이 이처럼 큰 폭의 성장이 기대되면서 △메디톡스 △휴젤 △대웅제약 △휴온스 등 토종기업들도 글로벌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글로벌 보톡스 시장은 △미국 엘러간(보톡스) △프랑스 입센(디스포트) △독일 멀츠(제오민) 등 3개 기업의 점유율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토종 보톡스 기업들은 전세계 1위 보톡스 시장인 미국 시장 공략에 가장 적극적이다. 특히 미국은 미용뿐 아니라 뇌성마비, 두통 치료용으로 사용되는 비중이 60%에 이를만큼 보톡스의 적응증 확대가 활발한 시장이다. 국산 1호 보톡스 ‘메디톡신’을 시장에 내놓은 뒤 빠르게 세계시장 4위에 안착한 메디톡스는 국산 보톡스 제제 최초로 ‘경부근 긴장 이상’까지 적응증을 확대하면서 총 6개 적응증을 확보했다.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 임상3상을 마쳤으며 빠르면 올해 하반기 품목허가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5개 적응증을 확보한 휴젤은 양성교근비대증 등 미용뿐 아니라 치료제 영역에서 적응증 확장을 위해 임상 진행 중이다. 특히 휴젤은 미국 FDA에 ‘레티보(국내명 보툴렉스)’ 50유닛과 100유닛에 대한 품목허가 신청서(BLA)를 제출한 상태다. 1일에는 캐나다와 호주에도 품목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휴젤은 2022년 품목허가 취득을 전망하고 있다. 특히 26일(미국시각) 대웅제약 ‘주보(국내명 나보타)’ 수입금지 명령 등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최종 결정 무효화 판결로 미국 리스크가 해결돼 미국 시장 진출이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토종 보톡스 기업이 미국 시장만큼 주목하는 시장 중 하나는 바로 중국이다. 골드만삭스는 2025년 중국 보툴리눔 톡신 시장이 15억5500만 달러(약 1조8000억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직까지 보톡스 사용 경험이 1%에 불과해 제약사들에게 매력적인 시장일 수밖에 없다. 메디톡스는 중국 임상3상을 마친 뒤 허가를 기다리는 중이다. 휴젤은 지난해 10월 국내 업체 최초로 중국에서 보툴리눔 톡신 제제 판매 허가를 획득했다. 또 지난 28일 대웅제약이 중국에서 나보타 임상 3상에 성공하면서 중국 시장 진출에 청신호가 켜졌다.
휴온스는 2019년 6월에 ‘리즈톡스’를 선보이며 비교적 뒤늦게 시장에 진입했다. 그러나 휴온스는 세계 최초로 ‘휴톡스(국내명 리즈톡스)’를 이라크에서 허가 받았다. 또 카자흐스탄·볼리비아에서도 허가를 받으면서 빠르게 해외 시장에 진출했다. 아울러 우즈베키스탄, 아르메니아 등 독립국가연합(CIS)으로도 저변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휴온스 관계자는 “미국, 유럽, 중국 등 메이저 시장 공략도 물론 중요하지만 빠르게 진입할 수 있고 잠재력이 큰 시장을 우선적으로 공략했다”며 “미국·유럽은 현재 파트너사와 논의 중이며 중국은 임상3상 전 상태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토종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매물로 나온 휴젤의 몸값도 높아졌다. 휴젤은 삼성물산, 신세계 그룹의 인수설이 나온데 이어 현재 GS그룹이 인수를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휴젤은 2015~2019년까지 5년간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33.2%였고 지난해 매출액은 2110억3100만 원이었다. 올해는 보톡스의 중국 판매 본격화, 국내 시장 점유율 유지 등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27일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에 따르면 휴젤의 톡신 수출액은 2019년 309억 원에서 올해 수출액 예측치를 610억 원으로 전망했다. 특히 글로벌 톡신 시장에서 2030년 휴젤 레티보 파이프라인 가치를 △미국 5% △유럽 7% △중국 23%로 내다봤다.
휴젤 관계자는 “인수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며 “하지만 기존 미국을 비롯한 유럽, 중국 등 해외 시장 진출 계획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