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상반기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1분기 스마트폰 판매 증가와 2분기 반도체 호황에 힘입은 실적이다.
삼성은 2분기 경영실적(연결기준) 집계 결과 매출액 63조6716억 원, 영업이익 12조5667억 원을 기록했다고 29일 발표했다. 전년 동기보다 각각 20.2%, 54.3% 증가한 수치다. 상반기 누적 매출은 129조600억 원으로 역대 최고다. 2분기 영업이익도 반도체의 ‘슈퍼 사이클’이었던 2018년 3분기(17조5700억 원) 이후 11분기 만에 가장 많다.
반도체가 호실적을 이끌었다. 반도체의 2분기 매출은 22조7400억 원, 영업이익 6조9300억 원이었다. 1분기 영업이익(3조4000억 원)의 2배를 넘고,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이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수요 증가로 PC용과 클라우드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서버용 반도체 공급량이 크게 늘고 가격도 오른 덕분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삼성 반도체가 직면한 거센 도전적 환경이 위기로 부각되고 있다. 세계 반도체 기술의 최강자인 미국 인텔이 최근 “2025년 파운드리 시장에서 1.8nm(1nm은 10억분의 1m) 공정을 적용한 반도체를 양산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기술로 세계 최대 통신칩 설계기업인 퀄컴을 고객사로 확보했다고 밝혔다.
반도체 회로선폭을 줄이는 기술의 한계를 넘는 제품으로, 삼성이 그동안 지켜온 경쟁력 우위를 뒤집겠다는 것이다. 삼성도 아직 2nm 기술을 자신하지 못한다. 퀄컴은 삼성의 대형 고객사 중 하나다. 여기에 세계 파운드리 점유율 1위인 대만 TSMC가 향후 3년간 100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에 반도체 공장 6곳을 건설키로 하는 등 대대적 공세를 펼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전쟁이 격화하면서 삼성이 갈수록 궁지로 몰리는 상황이다. 삼성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서 갖는 비중과 중요성에 대해서는 설명할 필요도 없다. 삼성은 지난 수십 년 과감하고 신속하며 모험적인 대규모 투자로 세계 반도체시장의 치킨게임을 이기고 오늘의 성과를 이뤘다. 하지만 그것을 가능케 했던 경영 오너십이 흔들리면서 위기대응 역량이 떨어져 있는 현실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을 요구하는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높다. 한국 대표산업인 반도체마저 흔들리면서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면 어느 때보다 강력한 리더십으로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요구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불리해진다. 그런데 혁신과 전쟁을 진두지휘해야 할 삼성의 총수가 옥중에 갇혀 경영의 손발이 묶여 있다. 경제계가 한목소리로 이 부회장의 사면을 간청하고 있다. 국민 여론도 사면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국익을 위한 결단에 실기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