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금융권에 이어 2금융권도 가계대출 조인다
금융당국이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에 현미경 감시에 나섰다.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현황을 세세하게 보고하도록 하고, 대출액 점검 주기도 분기에서 일주일 단위로 촘촘하게 줄였다. 시중은행에 이어 2금융권까지 가계대출 집중관리 대상으로 지목되면서 하반기 저신용자들의 대출이 더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다.
◇금감원, 저축은행 가계부채 현황 파악·점검 주기 주 단위로 축소=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저축은행들에 가계부채와 관련한 통계를 정리해 오는 5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요구 내용은 신규 지급 대출액과 건수를 포함해 고소득자 신용대출 비중, 고(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비중 등이다. 전세대출을 제외하고 1억원을 초과해 신용대출을 받은 사람 중 소득 8000만원 이상·이하인 차주의 대출 비중, DSR이 70%·90%이 넘는 차주 비중, 투기과열지구의 주택을 담보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의 비중 등을 추려 제출하라고 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통상적인 범위를 넘어서는 구체적인 내용까지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2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과도하다며 연일 경고장을 날린 가운데, 당국도 상황 관리에 한층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고소득자 신용대출 등과 관련한 수치를 요구했다는 점에서 1금융권 대출 규제 강화에 따른 풍선효과를 확인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분기 혹은 한 달 단위로 확인했던 2금융권 가계대출 점검 주기를 주 단위로 축소하기로 했다. 하반기에는 가계대출 증가 폭을 대폭 줄여야 하는 만큼, 상황을 더욱 면밀하게 지켜보고 늦지 않게 관리하기 위해서다.
◇2금융권 대출 증가세 잡는다... 하반기 중 ·저신용자 대출 어려워져= 금융당국은 특히 저축은행과 농협 상호금융에서 증가 폭이 컸다고 판단, 이들 기관 관리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2주에 걸쳐 상반기 가계대출 증가율이 지나치게 높은 저축은행 7곳과 규모가 큰 저축은행 7곳의 대표를 불러 면담을 진행했다.
금융당국은 2금융권에 가계대출 관리 목표치를 제시한 상태다. 저축은행은 가계대출 증가율을 21.1% 수준으로, 농협중앙회는 5%대로 관리해야 한다. 금감원은 상황 개선이 없다면 규제와는 별도로 대출 총량 한도 축소, 검사 등 가능한 방안을 모두 동원해 대출 증가세를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금융권의 대출 절벽이 더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마다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주택담보대출을 많이 취급한 농협 등 상호금융과 저축은행 등은 올해 목표치를 맞추려면 사실상 하반기엔 더 이상 대출을 내줄 수가 없다"며 "반면 시중은행이나 보험사 등은 상대적으로 한도에 여유는 있지만 당국의 압박에 가계대출 취급에 매우 소극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가뜩이나 대출 창구가 좁아진 가운데, 제2금융권까지 막히면 갈 곳 잃은 서민들과 중·저신용자들이 대부업·불법사금융 등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햇살론' 등 서민금융상품을 확대하곤 있지만, 저신용자 등의 수요를 충족하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다소간의 비판과 부작용을 감수하고라도 가계대출 증가율이 억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제도권 대출창구는 당분간 풀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금융당국이 목표로 잡은 가계대출 증가율은 올해 연 5~6%다. 상반기 증가율을 연으로 환산하면 8~9% 정도다. 연간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하반기 3~4%대의 엄격한 관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