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매각 작업에 암초가 등장했다. 남양유업이 홍원식 전 회장 일가의 주식과 경영권 매각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돌연 연기했기 때문이다. 남양유업을 인수하기로 한 사모펀드 한앤컴퍼니 측이 즉각 반발하고 나선 가운데 일각에선 매각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된데 대한 홍 전 회장의 변심에 이어 ‘노딜’ 가능성마저 거론되고 있다.
남양유업은 지난달 30일 예정이었던 경영권 이전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9월 14일로 연기한다고 이날 공시했다. 예정대로라면 남양유업은 이날 임시 주총을 열어 정관 변경 및 신규 이사 선임 건을 상정하고, 주식매매대금 지급 절차를 끝냈어야 했다.
남양유업은 임시 주총을 연기한 사유로 "쌍방 당사자 간 주식매매계약의 종결을 위한 준비에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남양유업은 4월 자사 발효유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홍 전 회장은 사태에 책임을 지고 5월 회장직에서 사퇴한 뒤 5월 27일 홍 전 회장의 지분 51.68%를 비롯해 부인과 동생 등 오너 일가 3명의 보통주 총 37만8938주를 3107억 원에 한앤컴퍼니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남양유업이 주총을 연기하자 한앤컴퍼니는 즉각 반발했다. 한앤컴퍼니 측은 남양유업의 일방적인 임시주주총회 연기에 유감을 표명하고 "거래종결 예정일이 금일 7월 30일이고 거래종결일은 아무리 늦어도 2021년 8월 31일을 넘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매도인이 주주총회장에서 굳이 그 이후로 임시주주총회를 연기한 취지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주식매매계약의 명백한 위반으로, 법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대응 방안에 대한 검토가 불가피하다"면서 법적 대응 가능성도 불사하겠다고 강조했다.
홍 전 회장의 속내가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매각 가격이 임시주총 무산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동안 남양유업의 매각가격을 둘러싸고 ‘헐값 매각’ 논란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양유업의 자산 규모는 올해 1분기 기준 9894억원이고 연간 매출이 1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 등까지 감안해 한앤컴퍼니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 매수자가 나타나면서 홍 전 회장의 마음이 돌아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그럴 경우 한앤컴퍼니와 계약 파기 후 거래대금의 10%를 위약금으로 내더라도 이보다 더 높은 가격을 부른 매수자가 있으면 홍 전 회장으로서는 '남는 장사'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혹은 다른 매수자가 아니더라도 홍 전 회장이 한앤컴퍼니와 더 높은 가격으로 다시 협상하길 원하는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된다. 불가리스 사태 직후 한앤컴퍼니와 계약을 체결하던 5월 당시 상황과 달리 현재는 리스크가 어느 정도 해소된 만큼 홍 전 회장이 변심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앤컴퍼니측은 어떻게든 거래를 마무리짓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딜이 무산될 경우 한앤컴퍼니로서는 금전적인 손해는 물론 투자자들로부터 평판도 타격을 입게 되기 때문이다.
임시 주주총회가 연기된 지난달 30일 남양유업 주가는 전일대비 7.66%(5만원) 내린 60만3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남양유업 측은 주총 연기에 대해 "홍 전 회장과 한앤컴퍼니 사이의 일로, 회사 입장에서 별도로 전해들은 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