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 주택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겠다며 작년 ‘8·4 대책’을 내놓은 지 1년이다. 공공재건축 도입을 통한 용적률 상향과 고밀도 개발, 서울 및 수도권 신규·유휴부지 발굴, 공공재개발 활성화 등이 골자였다. 수요를 억누르는 규제 일변도 정책이 공급 확대로 돌아섰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을 모았었다.
정부는 이어 지난 2월 2025년까지 서울 32만 호 등 전국 대도시에 83만6000호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도 발표했다. ‘공급폭탄’이라고 강조한 ‘2·4 대책’이다. 재건축과 재개발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이 직접 시행하고, 역세권·준공업지역·저층 주거지 개발도 공공이 맡아 속도를 높이는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을 적극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공공재건축에 초과이익환수제를 적용하지 않는 등 규제도 일부 완화했다.
공급 중시의 정책 전환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 주택시장은 여전히 정부 의도와 거꾸로 가고 있다. 잠시 매수심리가 진정되는 듯하다가 다시 집값 급등이 되풀이되면서 전혀 약발을 받지 않는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월간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서 8·4 대책 발표 직전인 작년 7월 이후 올해 6월까지 전국 아파트값은 10.88% 상승했다. 2006년 연간 상승률 13.92% 이래 15년 만에 가장 높다. 서울보다 경기·인천이, 수도권보다 부산·대구·대전·세종시 등 지방의 상승폭이 더 컸다. KB국민은행 조사에서도 올해 상반기에만 수도권 아파트값이 12.97% 올라 작년 연간 상승폭(12.51%)을 훌쩍 넘었다.
정부가 내세웠던 핵심 공급방안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추진되고 있지 않는 까닭이다. 8·4 대책으로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마포구 서부면허시험장, 용산 정비창, 경기 과천의 정부청사 부지 등에 대규모로 아파트를 짓겠다고 했다. 그러나 주민들과 지방자치단체 반발에 막혀 과천청사 개발이 백지화됐다. 태릉골프장과 서부면허시험장, 용산 정비창 등도 주민 반대로 난항이다. 공공재건축 사업 또한 주요 재건축단지들의 거부감이 심해 별 진전이 없다. 공급 계획의 큰 차질이 불가피하다.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놓아도 시장은 믿지 않는다.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대책을 급조한 데다, 민간재건축을 억누르고 임대사업자 규제를 강화하는 등 공급을 옥죄는 정책이 뒤죽박죽이다. LH 임직원의 투기 사태는 공공주도 개발에 대한 신뢰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정부가 잇따라 내놓는 주택가격의 고점론(高點論)과 하락 경고도 전혀 안 먹히는 이유다. 공급확대에 대한 시장의 확신이 없는 한 정책과 거꾸로 가는 악순환을 피하기 어렵다. 이 정부는 집값을 잡을 역량도 의지도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