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을 한 차에 치여 사망한 의대 본과 3년생에게 전문직 소득 기준을 적용해 손해배상액을 산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A 씨의 유족 등이 보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의대생 A 씨는 2014년 횡단보도를 건너다 음주 상태인 B 씨가 운전하는 차량에 의해 사고를 당한 뒤 사망했다.
A 씨의 부모 등 유족들은 B 씨가 가입한 보험사를 상대로 10억여 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는 손해배상액의 기준이 될 A 씨의 일실수입을 어떻게 산정할지가 쟁점이 됐다. 당시 A 씨는 의대 본과 3학년 1학기를 마친 상태였다.
유족들은 “사고가 없었더라면 대학을 졸업한 뒤 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하고 면허를 받아 65세까지 의사로서 수입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각 경력에 따른 ‘보건의료전문가 남성’의 월 급여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보험사는 A 씨가 일정한 소득이 없는 학생 신분이었던 점을 근거로 25~29세 남성의 전 직종 평균 수입을 기준으로 손해배상액을 산정했다.
1·2심은 보험사 주장을 받아들여 A 씨 유족에게 보험사가 4억9000여만 원을 배상하도록 했다.
1·2심 재판부는 “대학생이던 A 씨가 장차 대학을 졸업하고 반드시 의사 자격을 취득, 의사로 종사하면서 수입을 올릴 수 있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A 씨는 장차 의과대학을 졸업해 의사국가고시에 합격하고 의사로서 종사할 상당한 개연성이 인정된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A 씨가 비교적 양호한 성적을 거뒀고 A 씨와 같이 유급·휴학 없이 본과 3학년 2학기까지 등록한 학생의 의사국가고시 합격률이 92~100%(2012년~2015년)인 점 등이 판단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전문직을 양성하는 대학에 재학 중 사망한 경우에 전문직으로서 소득을 얻을 상당한 개연성이 인정된다면 전문직 취업자 수입의 평균 수치를 기초로 일실수입을 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