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고급휘발유 소비, 사상 첫 100만 배럴 돌파
고급 수입차를 찾는 젊은 층이 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정유사들이 고급휘발유 마케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2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현대오일뱅크는 지난달 29일 CU,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 등과 협력해 만든 ‘고급IPA 카젠맥주’를 출시했다. 고급휘발유 브랜드 '카젠(Kazen)'을 콘셉트로 만든 제품으로 전국 CU 편의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
내달 30일까지 출시기념 행사도 진행한다. 고급IPA 캔의 QR코드를 스캔하면 3000명에게 고급휘발유 주유 쿠폰 5000원권을 제공한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젊은 층이 고급휘발유 구매를 늘리고 있어 이들이 선호하는 수제 맥주와 협업한 제품을 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오일뱅크뿐만 아니라 GS칼텍스,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S-OIL) 등 정유사들은 커지는 고급휘발유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고급 휘발유란 엔진 출력 저하와 이상 연소 현상을 막는 '옥탄가'가 94 이상인 제품이다. 보통 휘발유보다 리터당 100~200원 비싸다.
고급휘발유는 보통 수입차에 쓰인다. 특히, 유럽 자동차 제조사에서 만드는 고급 차량의 경우 엔진 출력 저하를 막기 위해서는 고급 휘발유를 넣어야 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수입차 비율은 2019년 10.1%에서 지난해 10.9%로 올랐다. 올해 상반기 수입차 판매 대수는 14만7000여 대로 2003년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중에서도 고급 수입차의 경우 젊은 세대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1억 원 이상 고급 수입차 구매자의 연령대를 분석한 결과 30대가 26.8%로 40대(33.3%) 다음으로 비중이 가장 컸다. 30~40대를 합치면 60%가 넘는 셈이다.
이런 경향과 맞물려 고급휘발유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무연 고급휘발유 소비량은 106만 배럴을 기록했다. 사상 처음으로 100만 배럴을 넘겼다.
고급휘발유 수요는 2018년 52만 배럴, 2019년 64만 배럴, 2020년 78만 배럴 등 매년 증가해왔다.
업체별로 보면 GS칼텍스가 절반에 가까운 시장 점유율을 이어가고 있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6월 기준 고급휘발유 시장 점유율은 GS칼텍스가 44.5%로 가장 높았다. 그 뒤로 현대오일뱅크 23.1%, SK이노베이션 17.7%, 에쓰오일(S-OIL) 14.8% 등 순이다.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작년 SK네트웍스 직영주유소를 인수한 뒤 고급 휘발유 판매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시장점유율은 2017년 5.6%에서 2018년 8.5%, 2019년 11%, 2020년 18.2% 등 커졌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하면서 일반 석유제품 수요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며 "정유사들이 고급 휘발유 시장에서 대안을 찾고 공격적으로 판매를 늘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