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매매 대신 증여 택하면 되레 매물 잠김 역풍 우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다시 주택 양도소득세 개편안을 내놨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양도세 개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사는 집 아니면 파시라"는 다주택자를 향한 압박도 집값 안정에도 별 효과를 내지 못하고 부작용만 낳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유동수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주택 양도세 개편을 위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2일 발의했다. 지난달 민주당 의총에서 확정된 여당 당론 법안이다. 문재인 정부 남은 임기와 대선 일정을 고려하면 정부 임기 중 마지막 양도세 개정이 될 공산이 크다.
민주당은 이번 개편안에서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높였다. 지금은 시가 9억 원 이하 집을 2년 이상 보유(조정대상지역은 보유·거주)하면 주택 양도세를 내지 않는데 이 기준이 12억 원으로 확대된 것이다.
대신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ㆍ1주택자가 3년 이상 보유한 집을 처분할 때 보유·거주기간에 따라 양도소득세를 최대 80%까지 공제해주는 제도) 요건은 까다로워진다. 지금까지는 10년 이상 주택을 보유·거주하면 공제율을 80%까지 적용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론 양도 차익에 따라 공제율을 차등 적용한다. 양도 차익이 15억 원을 넘으면 집을 10년 보유·거주한 1주택자라도 50%밖에 공제율을 적용 못 받는다. 이같은 공제 혜택 축소는 소급적용하지 않고 법 개정 시기인 9월 이후 신규 취득하는 주택부터 적용된다.
2023년부터는 다주택을 정리하고 1주택자가 될 때 장특공제 혜택을 받기도 까다로워진다. 지금까진 남아 있는 주택을 취득할 때부터 보유·거주 기간을 계산했지만 2023년부터는 1주택자가 된 시점에서부터 보유·거주 기간을 산정한다. 예컨대, 다주택자가 2011년 산 집을 빼고 나머지 집을 올해 정리하면 장특공제 공제율을 80% 적용받지만 2023년 정리하면 10년을 더 기다려야 80% 공제율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시장에선 이번 양도세 개편을 1주택자 민심은 달래면서도 다주택자에겐 주택 처분을 압박하는 마지막 카드로 본다. 다주택자가 내년까지 집을 안 팔다 뒤늦게 1주택자가 되면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할 것이란 경고가 담겨 있어서다. 다주택자발(發) 매물로 집값을 하향 안정시키겠다는 게 여당 포석이다.
이런 경고 메시지에도 전문가들의 평가는 박하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현재 부동산 세제에선 다주택자가 집을 정리하려면 양도세를 75%까지 적용받는다"며 "절세를 원하는 다주택자 물건은 지난해 양도세 중과 유예 기간에 상당 부분 정리됐다. 지금 다주택을 쥐고 있는 사람들은 이미 버티기에 들어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외려 이번 양도세 개편이 매물을 더 부족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한다. 함 랩장은 "다주택자가 장특공제를 받기 위해 주택 수를 줄이더라도 매매 대신 증여를 선택해 가격 상승 혜택을 노릴 수 있다"며 "지금도 증여세 최고 세율이 양도세 중과 세율보다 낮다 보니 증여가 많이 이뤄지지 않느냐"고 했다.
조세 당국은 '취득가액 이월과세'를 통해 증여받은 주택을 증여일로부터 5년 이내에 파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증여받은 주택을 5년 안에 팔면 증여가액이 아니라 증여자가 애초 주택을 산 취득금액을 기준으로 양도세 과세 표준이 책정된다. 장특공제를 받기 위한 수단으로 증여가 늘어나면 외려 시장에선 5년간 매물이 잠길 수 있다는 뜻이다.
1주택자 물건도 손바뀜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9월 이후 취득하는 집부터는 1주택자라도 장기 보유 혜택이 줄어든다. 넓고 비싼 집으로 이동할 메리트가 희석된다"며 "취득세, 중개수수료 등 거래비용을 고려하면 원래 살던 집에 계속 사는 게 더 이익이 될 수 있다. 강남권 고가 아파트에선 거래 가뭄이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