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오를수록 하락세 가속
서울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이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난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여파다. 전세의 월세 및 반전세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월세·반전세 물건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은 3.2%다. 2016년 KB국민은행이 수도권 전월세 전환율을 조사한 이래 가장 낮은 값이다. 인천과 경기지역 전월세 전환율은 지난달 각각 4.7%, 4.2%로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전월세 전환율은 임대보증금을 월세로 돌릴 때 적용하는 비율이다. 전월세 전환율이 3.2%라면 전셋값 1억 원짜리 집을 월세로 바꾸면 월세로 연간 320만 원(1억 원X3.2%)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서울에선 전월세 전환율 하락 현상이 장기화하고 있다. 서울에선 지난달까지 20개월 내리 하락하며 다달이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전월세 전환율 하락엔 최근 전세난이 반영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전세 공급은 줄고 고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 있는 월세 물량은 늘었다. 이 과정에서 전월세 전환율이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월세 전환율이 낮으면 낮을수록 월세 대비 보증금 비중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만큼 시장에서 월세보다는 전세 수요가 많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석 달 간(5월 3일~8월 3일) 서울 아파트 월세 매물은 5.2% 줄었지만 전세 매물은 8.4% 사라졌다.
이런 경향은 반전세 증가에서도 드러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서울에서 체결된 아파트 임대차 계약 중 전세 계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62.4%였다. 1년 전 같은 달(74.6%)보다 12.2%포인트 넘게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반전세 계약 비중은 24.5%에서 36.1%로 커졌다. 보증금이 1년 치 월세보다 많은 반전세 계약은 일반 월세 계약보다 전월세 전환율이 낮다.
전셋집 감소, 반전세 증가 현상이 이어지면 세입자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세입자로선 계약 기간이 끝나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전세가 매달 고정적인 돈을 지출해야 하는 월세보다 유리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