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조 재산 분할…관련 세부내용은 비공개
부부 생활 알려진 만큼 순탄치는 않아
2일(현지시간) CNBC방송은 미국 워싱턴주 킹카운티 법원이 두 사람의 이혼을 법적으로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1994년 결혼한 지 27년 만에 결혼생활을 마무리하게 됐다. 이들이 처음 결별에 합의했다고 발표한 것은 지난 5월 3일. 그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앞장서 실천해온 세기의 갑부 부부였던 만큼 두 사람의 이혼 소식에 충격이 컸다. 부부는 장녀 제니퍼(25)와 로리(22), 피비(18) 등 1남 2녀를 뒀으며, 최근까지도 자선재단 활동에 몰두했다. 이들은 구체적인 이혼 사유 대해 언급하지 않았으나 이혼신청서에 “(결혼 생활이)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파탄 났다”고 적었다.
이들의 결별이 ‘세기의 이혼’으로 불리며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또 다른 이유는 재산 분할에 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현재 빌 게이츠는 1520억 달러(약 174조9500억 원)의 순자산을 보유해 세계 4위 부호다. 두 사람은 재산 분할에 동의했으나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멀린다 게이츠는 이혼 발표 직후 24억 달러어치의 코카콜라 펨사와 멕시코 방송매체 그루포텔레비사, 오토네이션, 캐나다국립철도 등 4개 회사 주식을 빌 게이츠로 넘겨받았다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신고한 적이 있어 그 이후로도 재산 분할 절차는 계속 진행됐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법원은 두 사람의 재산 분할을 “공정하고 공평하다”고 평가하면서 분할계약서 조건에 따라 재산을 나누라고 명령했다. 폭스비즈니스는 “재산 분할 논의를 시작할 때 양측이 법률팀까지 보강하며 분쟁에 대비했으나 원만한 합의에 도달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혼 사유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부부 생활이 대외에 알려진 만큼 순탄하지만은 않았다는 점은 일부 인터뷰를 통해 전해졌다. 멀린다는 2019년 영국 런던 선데이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우리 결혼 생활에서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나날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혼 소식이 보도된 후 뉴욕타임스(NYT)는 멀린다가 남편이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가까이 지낸 것에 불만을 품었으며 이미 2년 전부터 이혼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이혼 수순을 밟아왔다고 전했다. 비슷한 시기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2019년 말 MS 이사회가 게이츠의 부적절한 성관계 폭로를 접수한 후 진상 조사에 나서자 2020년 3월 게이츠가 이사직을 내려놨다고 전하기도 했다.
멀린다 게이츠는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었지만, 법원에 개명을 요청하진 않았다. 다만 개명 부분에 대해서는 향후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고 CNBC는 전했다. 두 사람은 지난 5월 이혼 발표 당시 재단 공동 운영을 계속하겠다고 밝혔으나 이제 이혼이 확정됐기 때문에 재단 운영에서도 갈라설 가능성이 있다. 이혼 후 멀린다는 자신이 설립한 ‘피보털 벤처스’를 통해 자선활동을 주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CNN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멀린다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의 전 부인인 매켄지 스콧과 파트너십을 맺고 피보털 벤처스를 통해 성 평등 실현과 소수자 지원 등에 힘쓰는 4개 프로젝트에 40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