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 서류 심사에선 전원 통과
인수전 흥행기조 이어가려는 복안
쌍용자동차 인수전이 ‘반쪽짜리’로 출발할 전망이다.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곳 가운데 절반만 예비실사 자격을 가졌기 때문이다.
3일 이투데이 취재결과, 지난달 30일 마감한 쌍용차 인수의향서 제출기한에 맞춰서 정보이용료를 납부한 회사는 SM그룹, 케이팝모터스, 에디슨모터스 등을 포함해 4곳이다.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9곳의 절반이다.
예비실사는 인수의향서를 제출하고 서류 심사를 통과한 후에 정보이용료까지 내야 자격이 주어진다. 정보이용료는 2000만 원대 수준으로 알려졌다. 정보이용료를 내지 않은 인수희망사들은 이번 주까지 납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료를 내지 않으면 사실상 쌍용차 인수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예비실사는 가상데이터룸(버추얼데이터룸·VDR)을 통해 진행된다. VDR는 예비실사 참가사들이 쌍용차와 관련한 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을 말한다. 정보이용료 납부가 늦어지면 그만큼 예비실사를 할 수 있는 기간도 짧아지는 것이다. 예비실사 기간은 이달 2일부터 27일까지다.
이번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9곳은 모두 서류심사를 통과했다. 매각 주관사인 한영회계법인은 서류 심사 단계에서는 사업자등록증, 법인등기부등본, 향후 운영 계획 등 회사 실체가 있는지를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쌍용차를 실제로 인수할 능력이 있는지보다 회사로서 요건을 갖췄는지 자격 정도만 살펴본 것이다.
서류 심사를 통해 9개사 가운데 일부만 예비실사 참가사로 선정될 것으로 내다봤던 시장의 예상과는 다르게 진행된 셈이다. 한영회계법인은 서류 심사를 전원 통과시켰지만 예비실사 단계인 만큼 쌍용차와 관련한 민감한 자료는 내보내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주관사 측 관계자는 “예비실사 자료를 내보낼 때마다 쌍용차와 확인을 하는 안전장치를 가져가기로 했다”며 “인수의향을 밝힌 적격한 회사에 (예비실사도 참여하면) 안된다고 하는 것은 오히려 형평성에서 멀어진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예비 실사 단계에서 인수희망사를 압축하지 않은 것은 인수전 흥행 분위기를 이어가려는 복안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서류 심사에서 진짜 인수 의사가 있는 참여사를 거르기도 하지만 참여사 모두 예비실사 참가 자격을 주는 경우도 있다”며 “M&A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인 만큼 후보군이 적은 것보다 많은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비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