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2030년 탄소 감축 목표 55%로 상향ㆍ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추진
유럽연합(EU)이 새로 발표한 환경 규제에 세계 각국 자동차 협회가 우려를 내놓았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도 국내 업계의 피해가 예상된다며 기업과 시장 주도로 탄소 중립이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EU에 보냈다.
4일 KAMA에 따르면 EU는 지난달 14일 주요 환경규제 제ㆍ개정 내용이 포함된 EU 기후변화정책 종합패키지(Fit-for-55)를 발표했다. ‘Fit-for-55’는 크게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CBAM) △자동차 온실가스 제도(CO2) △배출권거래제(ETS) △노력 공유제도 △재생에너지 비중 상향 등을 담고 있다.
이 가운데 업계는 ‘자동차 온실가스 제도’에 가장 큰 우려를 나타냈다. 자동차 온실가스 제도는 자동차의 탄소 감축 목표를 2030년까지 기존 37.5%에서 55%로 상향하고, 2035년까지 탄소를 100%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2030년 EU의 자동차 탄소 배출 목표는 기존 59g/㎞에서 43g/㎞로 강화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 규정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PEHV)도 달성할 수 없는 수준이다. 2019년 기준 PHEV의 평균 탄소배출량은 PHEV 61g/㎞다.
이와 함께 2035년까지 판매되는 모든 신차는 무배출차량이 되어야 한다. 이는 사실상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에 해당한다. 2030년 이후에는 ‘유연성 제도(전기차 크레딧)’ 역시 폐지돼 전기차를 많이 판매해도 내연기관차를 판매할 권한을 얻지 못한다.
‘Fit-for-55’는 EU 집행위가 제안하는 정책제안서로 향후 EU 이사회와 유럽의회의 비준을 받아야 하지만, 이미 일부 회원국과 유럽의 주요 자동차협회가 반대 뜻을 표명하고 있다.
먼저, 자동차 산업 비중이 큰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정부는 2035년 내연기관 판매 금지와 급격한 자동차 탄소 배출 기준 강화에 반대했다. 특히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처럼 탄소 배출 저감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차종을 모두 퇴출하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ACEA(유럽자동차연합회)는 “수송 부문 탄소 중립은 전주기 관점에서의 탄소 저감이 핵심”이라며 “고효율 내연기관 엔진과 하이브리드는 전환 기간 효율적인 탄소 저감을 위해 배제되지 않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VDA(독일자동차협회)도 ‘2035년 내연기관 판매금지'는 단일 파워트레인 기술로 시장을 제한하는 정책으로 시장과 소비자를 고려하지 않은 발표라고 지적했다.
KAMA도 각국 자동차협회와 입장을 같이 했다. KAMA는 국내 완성차 업계가 EU의 기존 규제 기준(2030년 37.5% 감축)에 맞춰 경영 계획을 수립한 만큼, EU에 대한 수출 차종과 생산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등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의 EU 수출액 1위 품목은 자동차로 연간 수출액이 58억 달러에 달한다. 자동차 부품까지 포함하면 연간 90억 달러로 EU 수출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한국의 전체 자동차 수출 가운데 약 20%를 EU가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이에 KAMA는 EU가 탄소 중립 달성과 관련한 기술 중립성, 개방성을 유지해야 한다며 “전기차만 ‘친환경차’이고 ‘내연기관차’는 ‘공해차’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기술 중립성, 개방성의 자세가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이어 “탄소 배출 문제의 본질은 내연기관 기술 자체가 아닌 청정연료의 부재이므로, 특정기술 금지보다 청정연료개발 등 기술혁신지원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기업과 시장주도로 탄소 중립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인센티브 위주 정책으로 산업전환을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도 내놓았다. 탄소국경조정세와 관련해서는 한국이 EU와의 자동차 무역에서 적자국이고, 유럽과 유사한 배출권거래제(ETS)를 시행하는 점을 고려해 앞으로도 한국산 자동차를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다.
KAMA는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정만기 회장 명의의 건의 서한을 산업통상자원부, EU 집행위원회, 주한 EU 대표부, 유럽자동차산업연합회(ACEA) 측에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