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에 합의했다. 남북한 동시 발표도 의미가 있다. 남북 양 정상은 수차례의 친서교환을 통해 신뢰를 확인했다. 정치에 있어 내치와 외치는 연계되어 있다. 북한은 경제발전이라는 내치의 집중과 성과를 내기 위해 안정적인 외치가 중요하다.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조건 없는 대화를 제의받은 상태다. 중국과의 관계도 그 어느 때보다도 튼튼하다. 한반도 상황을 주도할 수 있는 자신감으로 읽힐 수 있다. 김 위원장의 결단 배경은 신뢰감·필요성·자신감으로 요약된다.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의 함의는 적지 않다. 첫째, 남북관계 개선의 신호탄이다. 통신선은 기술적 측면에서 남북관계의 기본이다. 남북 양 정상이 합의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배가된다. 또 다시 쉽게 단절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양 정상이 신뢰를 확인했다는 것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의 문제 해결을 예고한다. 둘째, 문재인 정부의 주도자·중재자·촉진자 역할의 토대 마련이다. 남북한은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도자이다. 한국은 북미대화의 중재자 역할에 다시 시동을 걸 수 있다. 남북대화와 북미대화의 선순환 구도하에서 한국은 한반도 비핵·평화의 촉진자 역할을 잘 할 수 있다. 셋째, 북미대화의 연결고리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확인함으로써 생소한 바이든 정부와의 대화에서 문 대통령을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중재자로 활용하기에 충분하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대화와 북미대화의 선순환을 위한 전략과 의지를 가지고 있다. 북한도 선순환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다. 미국도 선순환을 지지하면서 이미 조건 없는 북미대화를 제의한 상태다.
작금의 한반도 정세에는 기회요인과 제약요인이 상존한다. 기회요인은 적지 않다. 남북 양 정상의 신뢰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위기 시마다 친서 교환을 통해 신뢰를 쌓아 왔다. 남북한은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북한체제는 핵미사일 등 고강도 도발을 하지 않을 정도로 안정화되어 있다. 미국의 대북 관여정책도 기회요인 중의 하나이다. 6·12 싱가포르 공동성명 계승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모라토리움이 유지되고 있다. 중국의 동북아 안정화 정책은 한반도 정세에 긍정적이다.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는 남북한의 지지와 협조가 필수적이다.
제약요인도 상당하다. 코로나19의 지속이다. 북한은 국가비상방역체제하의 국경봉쇄 및 주민통제를 지속하고 있다. 북한의 내치 집중이다. 배타적인 자주에 바탕을 둔 자력갱생과 비사회주의 척결 강화는 공개적인 남북한 협력사업을 제한한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 말도 제약요인 중의 하나이다. 과거 경험에 비춰 한국의 대선 기간엔 남북한 모두 관리 국면에 들어갔다. 8월 한미군사훈련 실시이다. 북한은 한미군사훈련을 남북·북미합의 위반으로 인식한다. 최근 김여정 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한미군사훈련 실시 여부가 남북관계의 희망이냐 절망이냐의 선택지임을 분명히 했다. 한미는 북한의 핵미사일 모라토리움이 유지되는 한 한미군사훈련을 중단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미중 갈등 국면이다. 경험적 사례에 비춰 미중 갈등 국면은 한반도의 안정화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한반도 정세 전망은 우여곡절은 있겠지만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 복원·대화·교류의 수순이 예상된다.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남북 양 정상이 “북남통신련락통로들을 복원함으로써 호상신뢰를 회복하고 화해를 도모하는 큰 걸음을 내짚을 데 대하여 합의하시였다”고 밝혔다. 복원·대화·교류의 수순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남북대화·북미대화 수순 또는 동시 대화의 가능성도 예측된다. 북한은 북미대화를 주도하기 위해 남북대화 카드를 활용할 수도 있다. 우리로서는 일희일비하지 말고 긴 호흡을 가져야 한다. 최근 정부의 대북 인도물자 반출 승인은 시의적절하고 의미가 크다. 인도적 협력 등 우선 비정치적인 사안을 제기하여 북한의 호응을 유도하고 전면 복원은 내년 초를 마지노선으로 하면서 중장기 플랜 마련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