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도쿄 방문해 양궁 선수단 격려…포스코, 1985년부터 체조 대표팀 지원
‘2020 도쿄올림픽’이 17일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뛰어난 성적을 거두며 관심을 끈 종목들이 있었는데, 이들을 지원해온 재계의 숨은 노력도 함께 재조명되며 호평받았다.
8일 막을 내린 도쿄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은 금메달 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0개로 대회를 마쳤다.
특히 큰 성과를 거둔 양궁과 펜싱, 체조, 배구 등은 재계의 꾸준한 지원을 받았다는 공통분모가 존재한다. 금메달 4개를 확보하며 세계 최정상에 오른 양궁이 대표적이다.
현대차그룹은 1985년 정몽구 명예회장이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한 이래 37년간 500억 원에 달하는 재정적 지원은 물론, 첨단 장비를 개발하거나 구매해 양궁 선수단을 도왔다. 정의선 회장도 아버지 뜻을 이어 2005년부터 양궁협회를 이끌고 있다.
정 회장은 이번 대회 기간 미국 출장을 마치고 도쿄로 향해 대표팀 선수들의 경기를 참관하며 격려하는 역할까지 맡았다. 세 번째 금메달을 획득한 뒤 울음을 터뜨린 안산 선수에게 “다리 뻗고 자, 오늘은. 너무 고생 많았어”라고 다독이는 정 회장의 모습이 TV 중계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양궁협회를 통해 대표팀에 두둑한 포상금도 지급할 예정이다. 2016년 리우올림픽 당시 협회는 전 종목을 휩쓴 양궁 대표팀에 포상금 25억 원을 지급했다.
펜싱 대표팀도 메달 5개(금1ㆍ은1ㆍ동3)를 확보하며 역대 올림픽 사상 두 번째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펜싱 선수들의 선전에 SK그룹도 함께 웃었다. SK텔레콤은 2003년부터 대한펜싱협회 회장사를 맡으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스포츠정책과학원과 협업해 대표팀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했고, 그룹 차원에서 세계선수권대회 등 국제대회를 유치해 저변을 넓혔다.
SK그룹은 핸드볼 역시 지속해서 지원해왔다. 2008년 대한핸드볼협회장에 취임한 최태원 회장은 전용 경기장 건립과 남녀 실업팀 창단, 국가대표팀 지원 등에 1000억 원 이상을 지원했다.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핸드볼 대표팀은 이번 대회까지 포함해 세계 최초로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성공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포스코그룹은 체조 대표팀이 금메달과 동메달을 하나씩 획득해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두며 그간의 지원 사실이 알려졌다. 포스코그룹은 1985년부터 대한체조협회 회장사를 맡아 37년간 약 210억 원을 지원해왔다. 금메달을 목에 건 신재환 선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체조는 장비가 중요한데 포스코그룹에서 지원해줘 매우 감사하다. 비인기 종목일수록 기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히며 포스코 측에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포스코그룹은 최정우 회장의 제안으로 이번 대회 포상금을 2배 이상 높였다. 신 선수는 2억 원을, 동메달을 획득한 여서정 선수는 7000만 원의 포상금을 받을 예정이다.
역대 두 번째 올림픽 메달에 도전했던 여자배구 대표팀은 아쉽게 시상대에 올라서지 못했지만, 국민적 관심을 쏠리기도 했다.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은 폐막일인 이날 오전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3ㆍ4위전에서 세르비아에 0-3으로 져 4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그럼에도 이번 올림픽에서 여자배구에 쏠린 국민적 관심은 어느 종목에도 뒤지지 않았다.
특히 A조 예선 4차전에서는 “‘가위 바위 보’조차 질 수 없다”는 한일전을 역전승으로 이끌며 국민적 지지를 한 몸에 받았다. 이후에도 세계 랭킹 수위의 상대 팀에 맞서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며 준결승까지 당당하게 올랐다.
비록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준결승전 브라질과의 중계방송 시청률(38%)은 이번 올림픽 기간 한국 대표팀의 경기 가운데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여자 배구대표팀의 이런 선전으로 한진그룹의 역할도 재조명됐다. 2017년부터 한국배구연맹 총재를 맡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선수단이 입촌하기 전에 사기 진작을 위한 선물을, 이달 초에는 사비로 금일봉을 전달했다. 한국배구연맹은 기존 포상금 이외에 격려금 1억 원을 추가 지급할 계획이다.
기대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한 종목에서도 재계는 최선을 다한 선수들을 묵묵히 응원하고 도왔다. 2002년부터 대한사격연맹 회장사를 맡은 한화그룹은 지금까지 200억 원대의 발전기금을 지원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대한사격연맹 회장을 맡은 김은수 한화솔루션 갤러리아 부문 대표가 도쿄를 방문해 선수단을 격려했다.
‘사이클 마니아’로 알려진 구자열 LS그룹 회장은 2009년부터 13년째 대한자전거연맹을 이끌고 있다. 사이클 대표팀은 도쿄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지만, 구 회장은 결과와 관계없이 최소 5000만 원을 선수와 지도자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럭비협회장인 최윤 OK금융그룹 회장은 현장에서 열정적으로 럭비대표팀을 응원했다. 97년 만에 올림픽 무대를 밟은 대표팀은 전패로 대회를 끝냈지만, 최 회장은 앞으로도 최선의 지원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한축구협회를 이끄는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도쿄를 방문해 선수들을 응원했지만, 대표팀은 경기력 논란을 겪으며 8강에서 탈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