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속 올림픽이었다. 역사상 처음으로 1년 연기가 된 상황에서 무관중으로 대회가 열리게 된 것이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2020 도쿄 올림픽은 인류가 함께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자는 의미를 통해 전 세계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지난달 23일 열린 개막식은 ‘전진, 감정에 의한 연결, 더 다양한 미래’라는 콘셉트로 한 여성이 국립경기장에서 희망의 씨앗을 느끼는 장면으로 시작됐다. 팬데믹 속에서도 훈련을 멈추지 않는 선수의 모습을 거쳐, 생명력과 희망을 품고 있는 태양을 상징하는 성화대에 도착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는 인류가 긴 터널을 지나 밝은 미래로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전염성이 강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고 있어 올림픽 기간 내내 비상이었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 중에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는 선수 및 관계자 등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의 수가 총 404명이었다.
선수단만 1만 명 이상이 모인 이번 올림픽을 통해 일본 내 코로나19 감염 확산에 어느 정도 영향이 생길지, 또 선수단 및 대회 관계자들이 고국으로 돌아가면서 코로나19가 세계 곳곳으로 퍼지는 것은 아닐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대회 도중 중단론이 나오기도 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에서 감염증 대책을 담당하는 전문가 회의 좌장인 오카베 노부히코 가와사키시 건강안전연구소장은 “감염이 확산해 도쿄도에서 입원해야 할 환자가 입원 불가능한 상황이 된다면 대회의 중단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스포츠도 “이대로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 올림픽 개최 도중 중단 가능성도 현실적인 시나리오다”며 “정부가 개막 직전 중단이나 개최 도중 중단과 같은 용기 있는 결단을 국민에게 강하게 요구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일본 내 불안감도 높았다. 교도통신이 17~18일 일본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67.9%가 4차 코로나19 긴급사태가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는 데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대답했다. 또 응답자의 87%는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이 열리면 코로나19 재확산이 심해질 것이라는 불안을 느낀다고 답했다.
여기에 살인적인 더위도 문제가 됐다. 무더위 탓에 선수들이 경기력 발휘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일부 경기 시간이 변경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경보 경기 중 폭염으로 자국인 일본 선수마저 쓰러지는가 하면 유력한 우승 후보가 32위에 그치는 등 이변이 속출했다.
6일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일본 삿포로의 기온은 경기 후반부인 오전 10시에는 31도가 넘었고, 습도는 79∼86%로 측정됐다. 선수들은 마실 물을 몸에 뿌리며 레이스를 이어갔지만, 경보 경기 중 지독한 더위를 견디지 못한 선수들이 무더기로 나왔다.
이 중 일본 경보 선수 마사토라 카와노는 경기 중 구토를 하기도 했다. 경보 경기 중 탈진으로 괴로워한 선수는 카와노 뿐만이 아니었다. 31도 폭염 속에서 20% 해당하는 선수들이 완주에 실패했다.
30살인 과테말라 선수 에릭 바란도는 더위를 이기지 못해 가랑이 사이로 물을 뿌리다가 실격을 당했다. 경보는 경기 중에 무조건 한 발을 땅에 딛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열린 트라이애슬론 경기에서도 선수들이 지독한 무더위에 ‘구토’ 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8일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폐막식은 ‘우리가 공유하는 세계’라는 주제를 담을 예정이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우리가 모두 자신만의 세계를 가지고, 그 세계를 공유한다는 생각을 표현한다”며 “우리는 폐막식이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미래에 대해 생각하는 순간이 되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근대5종 역사상 첫 올림픽 메달의 주인공이 된 전웅태(26·광주광역시청)가 폐막식 한국 선수단 기수로 나선다.
우리나라는 금메달 6개와 은메달 4개, 동메달 10개로 종합 순위 15위를 기록하면서 올림픽 5회 연속 ‘톱10’ 진입이라는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열리기 직전까지도 개최 여부를 두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도쿄 올림픽이다. 대회 도중에는 코로나19 확진자 급증, 살인적인 무더위 등으로 중단 위기까지 맞기도 했다. 그럼에도 흔들리는 올림픽을 이끌어 간 건 선수들이었다. 비록 축제 분위기가 덜하긴 했지만, 이들이 온몸과 마음을 다해 치러내는 경기로 세계인은 함께 기뻐하고 웃었다. 선수들의 혼신의 땀방울이 있었기 때문에 가까스로 17일간의 여정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