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에린의 벤처 만들기] 아이디어의 교잡(Cross-Fertilization)

입력 2021-08-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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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스쿨 학장, 파슨스 디자인스쿨 경영학과 종신교수

2020년은 그야말로 벤처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벤처를 시작하는 수, 유니콘으로 상장하는 수, 벤처 투자자금 규모 등등이 모든 기록을 깬 해였다. 그런데 2021년은 벌써 2020년의 모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코로나에 대처하기 위한 정부 재정지원으로 넘쳐나는 유동성 때문일 수도 있고, 대기업들이 코로나로 커진 기업활동 불확실성에 대처하느라 투자에 몸을 사렸던 이유일 수도 있다. 최근 벤처 성공신화에 영감을 받고 신속히 마켓니즈를 발굴하여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용감히 밀고 나가는 벤처들이 더 활약을 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로 인하여 직접 대면관계가 줄고, 생활과 기업활동이 온라인으로 옮겨지는 소비패턴은, 기존 모델을 온라인 테크놀로지와 접목하여 접근하는 벤처들에 많은 기회를 주었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 기회들을 엮어내어 얼마 전에 성공적으로 상장한 어펌(Affirm)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모델을 소개하고자 하는 이유는 한국에서는 너무도 당연히 여겨지는 소비패턴을 미국에 적용해 대박을 친 사례이기 때문이다. 올해 1월 13일 나스닥에 상장한 어펌은 현재 상장가보다 약 50% 높은 가격으로 주가가 형성되어 있다.

어펌은 소위 핀테크로 분류된다. 핀테크는 금융 서비스와 테크놀로지가 결합된 합성어다. 개인자산관리, 개인뱅킹, 주식투자, 대출, 결제 등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그 밖에도 온라인 소액투자, 비트코인, 개인 간 결제 등도 핀테크의 모델이다. 어펌의 모델은 기본적으로 비즈니스가 소비자에게 결제 편의를 제공하는 온라인시스템이다. 온라인결제시스템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페이팔(paypal)이겠으나, 어펌은 페이팔과 큰 차별점이있다. 바로 할부로 상품을 살 수 있게 한 것이다.

1975년생인 어펌의 창업자 맥스 리브친(Max Levchin)은 피터 틸(Peter Thiel)과 더불어 페이팔 공동창업자 중 한 명으로, 얼마 전 사진공유 서비스 벤처 슬라이드(Slide)를 구글에 2억 달러에 매각하기도 했다. 물론 리브친은 자신의 벤처 말고도 핀트레스트(Pintrest), 옐프(Yelp) 등 굵직한 벤처에 투자하여 큰 성공을 거둔 벤처투자자이기도 하다.

어펌은 페이팔이나 네이버페이처럼 본인의 신용카드를 등록하여 매번 번호를 넣을 필요가 없다. 즉 소비자가 온라인구매를 할 때 발급된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신용등급’을 통해 할부구매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특히 두 가지가 매우 다른데, 먼저 미국에서는 이제껏 할부지불이라는 결제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았다. 물건을 먼저 사놓고 나중에 지불하는 방식은 있었으나, 구매 후 짧은 기간 후에 총구입가를 한꺼번에 지불하는 방식이지 매월 나누어 내는 방법은 아니었다. 어펌은 소비자가 맘에 드는 물건을 쇼핑카트에 담아 놓고도 한번에 지불하기가 부담스러워 구매를 포기하는 비율이 높다는 것을 찾아내고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진행된 벤처이다.

두 번째, 어펌은 신용카드 번호 대신 전화번호, 이메일, 생년월일, 사회보장번호 끝 네 자리를 입력하면 공개된 데이터를 이용해 신용조사를 해 거의 몇 초 안에 신용등급이 매겨진다. 그리고 개인 신용등급에 따라 어느 정도 이율에 어느 정도 기간의 할부가 가능한지를 문자로 보내준다. 페이스북 등의 소셜네트워크 계정을 통해 로그인이 되고 바로 청구서를 받을 수 있다. 상품의 대금은 신용카드와 같이 어펌이 대신 바로 지급해 준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같은 종자도 길을 건너 다른 토양에서 길러지면 다른 모양이 된다. 한국사람인 나에겐 어찌보면 할부라는 서비스가 왜 이제야 나왔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당연한 아이디어를, 신용등급에 따라 다른 이율이 적용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미국식 관념을 적용하여, 일종의 대출사업을 하는 모델인 셈이다. 이제는 이런 교잡종(cross-fertilization)의 능력과 기회가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마켓에서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자질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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