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 3.5조 달러는 민주당 자력 통과 방침
1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예산안이 상원 문턱을 넘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 후부터 ‘한 세대에 한 번 있는 투자’라고 강조하며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인프라 투자 정책이 오랜 진통 끝에 탄력을 받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상원은 여야 초당파 의원이 마련한 1조 달러 인프라 예산안을 표결에 부쳐 가결했다. 찬성 69명, 반대 30명이었다. 상원은 여야가 각각 50개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데 이번에 공화당 의원 중 19명이 해당 법원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번 예산안은 5년간 5500억 달러 규모의 신규 지출을 포함해 총 1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목표로 한다. 해당 예산안은 바이든 대통령이 의회에 요청한 4조 달러의 인프라 예산안 중 일부에 해당한다. 공화당이 국가채무 증가 등을 우려해 강력히 반대하자 초당파 협상팀이 꾸려져 야당인 공화당도 대체로 그 필요성에 동의한 항목들의 예산만 따로 뽑아 만든 것이다.
공화당은 그간 천문학적인 규모의 예산안이 국가 채무 부담을 늘리는 동시에 증세로 인해 기업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며 반대해왔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타협 가능한 부분은 여야 합의로 처리하되 이견이 있는 부분은 민주당이 의회 다수석을 활용해 자력으로 통과시키는 ‘투트랙’ 전략을 마련했다.
이에 공화당도 필요성에 동의한 도로·다리(1100억 달러), 전력망(730억 달러), 철도(660억 달러), 광대역(650억 달러) 등이 신규 지출안에 포함됐다. 민주당은 공화당과의 합의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증세를 통해 예산안 재원을 마련하는 법안은 보류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길고 험난한 여정이었지만 우리는 끈질기게 버티며 여기까지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상원 통과는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어젠다의 중요한 승리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이번 법안은 우리가 진정으로 더 나은 미국을 건설하는 방법”이라면서 “이 법안은 미국의 도로와 간선 도로, 교량의 현대화를 위한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4조 달러의 예산 중 이번에 포함되지 못한 3조5000억 달러의 예산안을 공화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절차)가 적용되지 않는 ‘예산조정’ 절차를 통해 처리할 예정이다.
이번에 상원을 통과한 예산안이 최종관문인 미 하원을 통과하려면 여름 휴회를 거쳐 9월 중순 이후까지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이 4조 달러 예산의 나머지인 3조5000억 달러 예산안까지 하원에서 함께 처리하기를 원하고 있어 최종 발효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하원의 경우 민주당이 다수석이어서 예산안 통과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일각에서는 이달부터 부활한 정부 부채 상한 인상·동결 문제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