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은닉 교사 유죄, WFM 미공개정보 이용 무죄로 각각 뒤집혀
자녀 입시 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2부(재판장 엄상필 부장판사)는 11일 자본시장법 위반, 사문서 위조, 위조 사문서 행사,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정 교수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 원을 선고했다. 형량은 1심과 같지만 사모펀드 투자 관련 혐의 중 일부가 무죄로 뒤집혀 벌금이 5억 원에서 5000만 원으로 감경됐다.
재판부는 정 교수의 입시비리 혐의 전부를 유죄로 판단했다. 앞서 자녀 조민 씨의 고교 동창이 “조 씨를 서울대 인권법센터 세미나에서 본 적 없다”고 한 1심 증언을 번복해 논란이 일었지만 재판부 판단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
재판부는 “정 교수가 교육기관의 입학 사정 업무를 방해하고 입시 제도의 공정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믿음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면서 “딸의 입시에 활용할 목적으로 자신과 배우자의 인맥을 이용해서 특정 경력을 취할 기회를 가진 다음 기간과 내용이 과장된 내용의 확인서를 발급받고 원래의 확인서 내용을 수정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 전 장관은 실제로 딸이 하지 않은 활동 내용을 작성하고 가담하거나 정 교수 본인이 다른 내용을 작성하는 정도까지 이르렀고 표창장 위조까지 했다”며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모펀트 투자 의혹과 관련해 1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주거지와 사무실 보관 자료에 관한 증거은닉 교사 혐의를 유죄로 봤다. 정 교수가 자신의 동생이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와 연관됐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관련 자료를 몰래 파기한 혐의, 프라이빗뱅커 김경록 씨를 시켜 동양대 PC 하드디스크를 숨긴 혐의 등이 유죄로 인정됐다.
다만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 씨로부터 2차 전지업체 WFM의 미공개 정보를 받아 주식 약 12만 주를 장외 매수한 혐의는 1심과 달리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문제의 정보를 미공개정보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정 교수는 2019년 조 씨의 인턴십 확인서와 동양대 총장 표창장을 허위 작성해 서울대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제출하는 등 평가위원들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취임한 후 사모펀드 운영사 코링크PE를 통해 차명 투자하고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취한 혐의도 받는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정 교수에 적용된 15개의 혐의 중 자녀 입시비리 혐의를 전부 유죄로 판단했으나 코링크PE 자금 횡령을 비롯한 일부 혐의를 무죄로 보고 징역 4년에 벌금 5억 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정 교수 측 김칠준 변호사는 항소심 선고 직후 “원심 판결이 합리적인 논리 전개라기보다 확증편향으로 가득해 항소심에서 이를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지만 반복됐다”면서 "상고는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10년 전 입시 제도의 스펙 쌓기를 현재의 관점에서 업무방해로 재단하는 시각이 바뀌지 않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법원은 상고심에서 최대 6개월 동안 정 교수의 구속을 연장할 수 있는 만큼 대선을 한달여 앞둔 내년 2월 이전 대법원에서 결론이 날 전망이다. 대법원은 구속된 피고인의 경우 통상 구속 기한 내에 선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