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네이버 앱 등을 통해 잔여 백신을 검색하면 주변 병원이 보유한 잔여 백신 개수가 뜬다. 백신 공급 대란이라는 소식에도 적게는 1개, 많게는 10개 이상이 있다고 표시된 병원이 제법 많다. 그런데 막상 접종 가능 백신을 확인해보면 전부 아스트라제네카(AZ) 뿐이다. AZ 백신에 대한 신뢰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소식에 백신 접종에도 '쏠림'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실제 잔여 백신 SNS 당일 신속 예약 서비스와 접종 위탁의료기관들에 따르면 화이자 백신 등은 잔여 백신 서비스에 올린 지 1분도 안 돼 소진되는 반면, AZ 잔여 백신은 예약자가 없어 남아도는 상황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8월 5일부터 11일까지 AZ 잔여 백신 접종 수는 1만4106명이다. 화이자는 24만6981명으로 약 17배가량 차이 난다. AZ가 50세 이상만 맞을 수 있고 화이자가 전 연령 대상이라고 하더라도 격차가 크다.
실제 접종 가능 연령이라도 AZ를 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의료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지난 4일부터 11일까지 AZ 2차 접종완료자는 6만2551명 증가한 가운데, 그중 24%인 1만4967명이 화이자 교차 접종을 받았다. AZ로 받을 수 있음에도 화이자로 예약을 변경해 받은 접종자들이 다수인 것이다.
백신 편식 현상에 일선 병원들도 AZ 재고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 병으로 10명분을 접종할 수 있으나, 잔여 백신 예약이 저조하면서 모든 분량을 다 사용하지 못하고 폐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AZ는 바이러스 벡터 방식으로 개발된 백신으로, 낮은 제작 단가와 보관과 생산이 쉽다. 이에 백신들 중에서도 가장 이른 시기에 도입될 수 있었다.
그러나 혈전증과 같은 부작용 사례가 세계 곳곳에서 나타났다. 백신 접종 뒤 사망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이에 유럽 일부 국가는 AZ 백신 접종을 중단하고, 연령별 이득과 부작용 위험을 분석해 연령 제한을 두며 부분 접종을 실시했다. 한국에서도 올해 4월 접종 가능 연령을 30세 이상으로, 5월에는 제한 연령을 40세로, 7월부터는 50세 이상만 AZ를 맞을 수 있도록 접종 기준을 높여왔다.
모더나, 화이자 등 mRNA 방식으로 개발된 백신이 도입된 것도 AZ 기피 현상에 한몫했다. 바이러스 벡터 방식보다 mRNA 백신의 감염 예방률이 더 높다고 알려지면서다.
그런데도 정부는 AZ 접종 가능 연령 하향을 검토하고 있다. 모더나 백신 공급에 차질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9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공급 문제에 대해 ‘플랜B’를 언급하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접종연령이) 18세 이상으로 허가가 나 있으므로 백신의 수급 상황이나 유행 상황에 따라 허가 범위 내에서 언제든지 접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정부 발표에 대해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AZ 접종 가능 연령을 높인 것은 젊은 층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이상 반응과 부작용·나이별 예방효과를 고려한 결과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백신 수급 이슈로 인해 연령 하향을 고려하는 것은 일관성이 떨어지고 불안감을 높인다는 논지다. “1차 접종률을 올리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접종 연령을 낮추기 위해서는 타당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