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반도체 칩 부족을 이유로 올해 노트 신제품 출시를 건너뛸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자 노트 팬들이 크게 실망한 모양이다. 노트 팬들은 “우리는 노트 시리즈를 사랑한다. 노트 스마트폰은 디자인과 스펙 면에서 항상 갤럭시S 시리즈보다 더 강력하다고 느꼈는데, 올해는 신제품이 나오지 않는다니...”라며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그러면서 “올해 안 되면 내년 상반기에라도 신형 노트를 내놓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한다. 대신 내년엔 갤럭시S22 라인업을 건너뛰라고 조언까지 한다. 모든 시리즈를 번갈아 가면서 라인업해 모든 삼성 팬을 만족시키라는 것이다.
이 청원 글에는 오랜 노트 팬들의 댓글이 이어졌다. “갤럭시노트의 오랜 사용자로서 폴더블 폰을 위해 노트를 중단키로 한 삼성의 결정에 매우 실망했다”, “폴더블 폰에는 관심 없다, 놀라운 노트 라인을 계속 유지해달라”, “애플에서 삼성으로 갈아타게 된 계기가 노트다” 등이다. 가장 인상적인 댓글은 “No Note, No Samsung.”이었다. 2016년 배터리 발화 사태 흑역사에도 불구하고 노트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엿보인다.
매년 이맘때 열리는 삼성의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는 노트를 비롯한 신제품이 공개됐다. 그러나 지난 11일 진행된 올해 언팩 행사에서는 제3세대 갤럭시 Z폴드와 Z플립만 공개됐을 뿐, 노트는 끝내 등장하지 않았다. 삼성전자 미국 법인의 드류 블랙커드 제품관리 담당 부사장은 한 인터뷰에서 “현 시점에서 말할 수 있는 건 올해는 노트가 없다는 것뿐”이라고 했다.
노트 팬들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제3세대 Z폴드와 Z플립이 노트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희망적인 전망이 나온다. 삼성 제품에 대해서만큼은 유난히 평가에 인색했던 월스트리트저널(WSJ)의 퍼스널 테크놀로지 칼럼니스트 조안나 스턴은 11일자 ‘갤럭시노트여, 편히 잠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갤럭시노트는 모두의 스마트폰과 태블릿, 마음 속에서 영원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에 선보인 제3세대 Z폴드와 Z플립에 노트의 기능이 모두 살아있다는 이유에서다. 2년 전, 폴드가 첫선을 보였을 당시 스턴은 “우리는 베타 테스터가 아니다”라며 리뷰를 거부하고, Z폴드에 소시지를 끼워 조롱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가 국내 팬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랬던 그가 이번엔 제법 긍정적인 평가들을 쏟아냈다. 우수한 카메라 성능과 디스플레이를 모두 갖춘 대형 화면, 노트의 전매특허였던 S펜 호환, 여기에 소프트웨어 기능을 강화해 생산성을 향상시켜 Z폴드3에 모두 담았는데, ‘굳이 노트 신제품을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선 삼성도, 대부분의 삼성 팬들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다만, 노트 팬들이 지적하는 건 Z폴드에 없는 S펜의 내부 수납공간이다. S펜이 본체에 수납되지 않는 한 노트 팬들은 삼성이 그 어떤 해결책을 내놔도 납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삼성 측은 공식적으로 노트의 사망 선고를 내리진 않았지만, 결국 노트의 운명은 Z폴드와 Z플립의 성공 여부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은 자사의 유기EL 패널 기술력을 살려 2019년에 처음으로 폴더블 스마트 폰을 출시했다. 하지만 단말기 가격이 너무 비싸다 보니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이번에는 단단히 벼른 듯 하다. 가격대도 기존보다 대폭 낮췄고, 여성 층을 겨냥해 제품 색상과 케이스도 다양하게 들고 나왔다.
11일 언팩 행사에서 삼성은 2020년 220만 대였던 폴더블 스마트 폰 출하량이 2025년에는 1억1720만 대로 급증할 것이라며 Z폴드의 성공에 자신감을 보였다. 노트의 단종 가능성을 은연 중에 시사한 것이다. 실제로 노트를 단종한다면 삼성은 10년에 걸쳐 구축된 노트 팬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하는 과제에 직면한다. 이들을 설득하지 못하면 차기 ‘갤럭시S’ 시리즈의 ‘노트’ 버전을 내놓아야 할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면 경쟁사인 애플에 폴더블 폰 라인이 없음을 감사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