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감지 수용체 일부 제거해 시력 잃지 않고 명암 구별 못 하는 변종 만들어
모기 절멸 대신 개체 수 조절·각종 질병 매개 방지에 초점
한여름 밤잠을 설치게 하는 모기들. 밤잠도 밤잠이지만 모기가 옮기는 전염병 역시 문제다. 그런데 유전자 조작을 통해 사람을 볼 수 없는 모기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를 통해 모기와의 전쟁을 끝낼 수 있을 지 관심이 집중된다.
17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30일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이 게재됐다고 보도했다.
논문에 의하면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진은 유전자 편집 도구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통해 사람을 인식하지 못하는 이집트숲모기 변이종을 만들었다.
모기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세상에서 가장 치명적인 동물’로 꼽는다. 모기가 흡혈을 하며 말라리아 등을 유발하는 병균과 바이러스를 옮기기 때문이다. 정확한 추산은 어렵지만, 매년 수천만의 인구가 모기 매개 질병에 걸리고 이 중 100만 명가량이 사망한다. 숲모기의 일종인 이집트숲모기는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아시아 일부를 주 서식지로 하며 황열병이나 뎅기열, 지카 바이러스를 옮긴다. 대부분 백신이 존재하지 않아 치명성이 높은 질환들이다.
연구진은 이집트숲모기가 어두운 옷을 입은 사람에게 더 많이 유인된다는 과거 연구 결과에 착안, 해당 모기가 이산화탄소 감지와 혈액 냄새뿐만 아니라 명암을 통해서도 공격 대상을 감지한다는 것을 실험으로 확인했다. 연구진은 주간에 활동하는 이집트숲모기 특성상 시각 의존도가 높을 것이라고도 추론했다.
이에 유전자 가위를 통해 이집트숲모기 안구에 존재하는 다섯 가지 빛 감지 단백질 중 두 개가 결핍되는 변이를 일으켰다. 그 결과 시각을 완전히 잃지 않은 채 밝고 어두움을 구분하지 못하는 모기를 만들어냈다고 한다.
아직 변이 모기가 실제로 사람을 물지 않는가에 대해서는 정확한 실험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해당 연구는 모기를 멸종시키지 않고도 전염병 매개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간 모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이 제안되고 시행돼왔다. 고전적인 방식은 살충제 살포였다. 그러나 살충제 사용 누적이 내성 모기를 만들고, 다른 곤충에도 악영향을 줘 환경을 파괴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유전자 조작 모기를 풀어 암컷 모기를 죽이거나 ‘모기 불임’을 유도해 개체 수를 줄이는 방식이 강구되기도 했다. 그러나 유전자 조작 모기가 도태되는 등의 문제로 번번이 좌절됐다.
유전자 조작 등을 통해 모기 수를 크게 줄이는 방법 자체도 문제시된다. 모기를 먹이로 하는 동물에게 영향을 줘 먹이사슬이 붕괴하고, 식물 번식을 돕는 등 모기의 유익한 역할도 사라지게 돼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람을 보지 못하는 변종 모기는 모기의 개체 수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사람의 피를 빨지 않게 해 매개 질병 감염을 방지하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논문의 주 저자인 인펑잔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원은 “모기가 인간을 어떻게 감지하는지 잘 알수록 친환경적으로 모기를 통제할 수 있다”며 연구 목적과 결과의 의의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