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전쟁 끝나지 않았다... 결사 항전 천명한 '사자의 아들'

입력 2021-08-19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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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전쟁 영웅 아들 마수드 중심으로 북부 동맹 재결성
해외 언론 기고문 통해 결사 저항 의지 밝히고 서방세계 지원 요청
부통령 합류 등 정통성 확보했지만, 군사력·국제사회지지 미비로 전망 어두워

▲아프가니스탄 북부동맹 국방장관 아흐마드 마수드 (뉴시스)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15일(현지시각)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을 점령하며 아프간 내전이 사실상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며 탈레반에 반기를 들고 있는 세력이 남아있다. 아프간 북동부 판지시르에 집결한 북부 동맹(Northern Alliance)이다.

북부 동맹의 공식 명칭은 ‘아프가니스탄 구국 이슬람 통일 전선’이다. 북부 동맹은 과거 1996년 아프간을 장악한 탈레반에 맞서기 위해 결성됐다. 탁월한 전투능력으로 ‘판지시르의 사자’로 불렸던

아흐마드 샤 마수드가 이끌었던 북부동맹은 탈레반을 궁지로 몰았고, 위기를 느낀 탈레반은 알카에다를 통해 샤 마수드를 암살하기에 이르렀다.

▲아프간의 전쟁영웅 아흐마드 샤 마수드. 아흐마드 마수드의 아버지다. (뉴시스)

샤 마수드 암살 직후 2001년 9·11테러가 일어났고, 미국과 영국은 아프간 내전에 참전했다. 북부 동맹은 두 강대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탈레반 정권을 전복시켰다. 이후 북부 동맹은 아프간 이슬람 공화국이 수립된 뒤 정부에 흡수되며 해체됐다. 전쟁 영웅 샤 마수드의 기일인 9월 9일은 아프간 국경일로 지정됐다.

그렇게 사라졌던 북부 동맹은 20년 뒤인 올해 탈레반 총공세를 계기로 재결성됐다. 그 중심에는 아흐마드 마수드가 있다. 과거 북부 동맹을 이끈 샤 마수드의 아들이다.

1989년 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어난 마수드는 이란과 타지키스탄에서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2001년 아버지 샤 마수드가 사망한 뒤로는 해외를 떠돌았고, 서방권의 지원을 받아 영국에서 군사학 학사와 국제관계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9년에는 아프간으로 돌아와 정치 참여를 선언했으나 입지를 다지지 못해 중앙에 진출하지는 못했다.

▲2019년 정계진출을 선언하던 당시의 아흐마드 마수드 (TOLOnews_캡처)

아버지의 뜻을 이어 꾸준히 반(反) 탈레반 태도를 고수하던 마수드는 아버지의 고향 판지시르에서 탈레반 대항 병력을 조직했다. 올해 탈레반이 아프간 전역을 장악하자 판지시르에서 끝까지 저항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16일 한 프랑스 언론을 통해 “아버지 샤 마수드 장군은 아프간 자유를 위해 싸우라는 유산을 남겼고 이제 그 싸움은 돌이킬 수 없게 됐다”며 “동료와 피를 나눌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다. 이어 “판지시르에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은 동료들이 있다”며 “20년 전 소련과 탈레반에 맞선 우리를 도운 프랑스, 유럽, 미국, 아랍 세계 등 다른 많은 사람”에 도움을 요청했다.

▲아프간 제1부통령 암룰라 살레 (연합뉴스)

17일에는 암룰라 살레 아프간 제1 부통령이 임시 대통령을 자임하며 북부 동맹에 합류했다. 살레 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아프간 헌법에 따라 대통령의 부재, 탈출, 사임 또는 사망 시 제1 부통령이 임시 대통령이 된다”며 “나는 현재 합법적인 임시 대통령”이라고 선언했다.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탈레반에 항복 선언 후 UAE로 피신했다. 살레뿐만 아니라 비스밀라 모함마디 아프간 국방장관 대행도 판지시르에 집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북부 동맹은 아프간 임시정부의 성격을 가지게 됐다.

이란 언론에 따르면 18일 북부 동맹은 파르완주의 주도인 차리카르를 탈환했다. 차리카르는 판지시르에서 아프간 내 다른 지역 혹은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파키스탄 등 접경 국가로 향할 수 있는 교통 요지다. 우즈베크에서 압둘 라시드 도스툼 전 부통령이 1만 명의 지원군을 보내고 있다고 알려져 이들이 합류할 수 있는 길목을 확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압둘 라시드 도스툼 전 부통령 (연합뉴스)

마수드는 같은 날 워싱턴 포스트 기고문을 통해 탈레반과의 결전을 준비하는 소회를 전했다. 그는 “여자아이들이 의사가 될 수 있는, 우리의 언론이 자유롭게 보도할 수 있는, 우리 어린이들이 춤추고 음악을 듣거나 한때 탈레반이 공개처형 장소로 사용했던 경기장에서 축구경기를 열 수 있는 개방적 사회를 위해 싸우게 될 것”이라며 “저와 무자헤딘(반군)은 자유의 마지막 요새로써 판지시르를 지킬 것이며 우리의 사기는 온전하다”고 전언했다.

더불어 “하지만 이를 위해 더 많은 무기와 탄약, 보급이 필요하다”며 서방 세계의 지원을 호소했고, “당신들이 우리의 마지막 희망”이라며 글을 마쳤다.

▲18일 마수드의 워싱턴 포스트 기고문을 인용하며 응원의 뜻을 전한 마이클 왈츠 (마이클 왈츠 트위터 캡처)

미국 플로리다주 하원의원 마이클 왈츠는 트위터를 통해 해당 기고문을 인용하며 “우리는 그의 용기 있는 입장을 지지해야 한다”며 동조의 뜻을 보냈다. 공화당 소속인 왈츠는 최초의 그린베레 출신 의원이며, 아프간 복무 경험이 있다.

북부 동맹은 탈레반에 대항하는 마지막 보루이며 2대에 걸친 반 탈레반 세력 리더라는 상징성이 있다. 하지만 이들의 미래는 밝지 않다. 뉴욕타임스는 북부 동맹의 전투력 미비, 물자 보급 문제, 서방 등 국제적 지지 부족 등을 이유로 들어 승산이 높지 않다고 진단했다. 뉴욕타임스 현지 정보통에 따르면 판지시르에 주둔한 병력은 많아도 2500여 명뿐이다. 보유 무기와 탄약도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의 군비 증강도 강력한 변수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7일 브리핑을 통해 “우리 군사(미군) 물품 상당수가 탈레반의 손에 넘어갔다”고 밝혔다. AP 통신에 따르면 탈레반에 넘어간 군사 물품은 830억 달러(약 97조 원)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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