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자유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어"
"가짜뉴스 피해 구제 대의는 공감하나 기본권 제약 논란 소지"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 속담처럼 심사숙고했으면"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국내 외신기자들도 언론 자유 위축을 우려하는 비판 성명을 냈다.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이사회는 20일 공식 성명을 통해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강행 처리하려는 움직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서울외신기자클럽은 1956년 창립된 사단법인으로 현재 100여 개의 외국 언론사 기자 약 300명이 정회원으로 소속돼있다.
이사회는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를 구제할 제도가 필요하다는 대의에는 공감하지만, 민주사회의 기본권을 제약할 수 있는 논란의 소지가 큰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소탐대실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서울외신기자클럽 이사회는 ‘사회적 합의 절차를 거쳐, 시민 언론 피해 구제 강화와 함께 언론자유와 책임을 담보하는 균형적 대안을 차분하게 만들자’는 한국기자협회 등 국내 언론단체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앞서 SFCC는 언론중재법 개정안과 관련해 정부에 “외신도 적용 대상이 되는지 유권해석을 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바 있다.
당시 외신기자클럽 관계자는 “양국 간 관계가 좋지 않을 때 제도가 악용될 수 있어 일본 기자들이 특히 우려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 같이 한국지부를 열어 한국을 동아시아 미디어 허브로 삼으려는 해외 언론의 움직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동아시아 미디어 허브’론은 이번 성명에서도 강조됐다. SFCC는 “최근 동아시아 지역 미디어 허브를 서울로 옮기는 해외 언론사도 늘어나고 있다”며 “이들 중 상당수는 촛불집회를 통한 평화로운 정권 교체와 더 높은 수준으로 성장한 언론 환경과 언론에 대한 인식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의 언론중재법 개정 움직임으로 인해 그간 대한민국이 쌓아 올린 국제적 이미지와 자유로운 언론 환경이 후퇴하게 될 위험에 빠지게 됐다”며 “권력자들이 내외신 모두의 취재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라고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끝으로 이사회는 “이 법안이 국회에서 전광석화로 처리되기보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한국 속담처럼 심사숙고하며 다양한 사회 구성원의 목소리를 듣기를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SFCC가 한국 정책에 성명을 내는 것은 극히 드물다. 이사회는 이를 의식한 듯 “싶은 숙고와 토론의 과정을 거쳐 채택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