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탈레반에 쫓겨 국외로 도피한 아슈라프 가니(72) 아프가니스탄 전 대통령의 딸 마리암 가니(42)가 현재 아프간에서 일어나고 있는 비극에 대해 비통한 심경을 전했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다. 현재 미국 뉴욕을 거점으로 아티스트로 활동 중인 마리암은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으로 여성들이 고통받는 가운데 호화로운 일상이 알려지며 비난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해외 도피 후 그의 우아한 삶도 끝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에게 온 무수한 메일 중에는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을 위해 뭔가 하고 싶다는 것에서부터 그녀의 안전을 바란다는 것, 그리고 비방적인 내용도 상당했다고 영국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아울러 그는 “아프간에 남겨진 가족, 친구, 동료들에 대해 분노하고, 슬퍼하며, 끔찍이 두려워하고 있다”며 “내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했다. 또 마리암은 글에서 아프간 시민을 지원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자원을 공유하고, 시민 지원에 연대를 표명한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다만, 아버지인 가니 전 대통령의 국외 도망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해당 글을 올린 다음 날인 18일 “가니 전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에 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그 전 며칠 동안 행방불명이었기 때문에 그녀에게도 ‘아버지가 계신 곳’에 대한 질문이 쇄도했던 것으로 보인다. 마리암은 뉴욕포스트 기자가 영상 카메라를 들고 갑자기 집에 들이닥치자 당황해 곧바로 문을 닫는 모습이 보도되기도 했다.
마리암은 가니 전 대통령과 레바논 출신 부인 룰라가 미국으로 망명 중이던 1978년 뉴욕에서 태어난 미국인이다. 뉴욕대와 스쿨 오브 비주얼 아츠에서 학위를 받았으며 지금까지 브루클린의 로프트에 살면서 아티스트 생활을 해왔다. 그의 작품은 뉴욕 구겐하임과 MOMA, 런던 테이트 모던 등 세계적인 미술관에서 볼 수 있다.
마리암은 2015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아버지에 대해 “그는 지금도 지금까지도 주목할 만한, 훌륭한 사람”이라고 했다. 예술계에서는 그가 아프간 대통령의 딸인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고 알려졌다. 망명 중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자란 그가 아프간을 찾은 건 탈레반 정권 붕괴 후인 2002년, 24세 때였다고 한다. 같은 해, 아버지 아슈라프는 신생 아프간의 국가 건설에 참여하기 위해 귀국, 하미드 카르자이 정권에서 재무장관을 맡았다.
마리암은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아버지가 교편을 잡은 메릴랜드주 존스홉킨스대 부근의 한적한 교외에서 보냈다고 한다. 그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두 문화 사이에서 자랐다”고 돌아봤다. 자신이 태어날 때부터 부모님의 나라에서는 분쟁이 계속되고 있었고, 그 분쟁에서 자신이 완전히 분리된 존재라고 느껴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것.
또 당시 아프간 퍼스트레이디로서 여성 인권 지원 활동을 하던 어머니에 대해서는 “그녀의 활동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아프간 여성에게 더 나은 사회로 변하는 것은 필수적이고, 그것은 모든 사람에게 더 나은 사회가 되는 것”이라며 “여성의 권리는 인권과 경제적 정의, 그리고 구조적 불평등과 같은 문제로부터 분리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탈레반 하에서 아프간 여성들은 교육과 일터에서 단절되거나 탈레반 전사들과 강제로 결혼하는 등 학대당할 가능성이 크다. 마리암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아프간 여성들이 직면한 이런 고통에 대해선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