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시스템 구축, 예정대로 진행"
내년 가상자산 과세를 앞두고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신고를 앞두고 발생하는 혼란이 재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신고 요건인 실명계좌를 받아야 하는데, 관련해 금융위의 지침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도 없어 사업 영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22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가상자산 과세를 앞둔 거래소들은 약 4개월 안에 과세 시스템이 안착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현 상황처럼 자금세탁, 실명계좌를 근거로 계속 내용을 추가하고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나”라며 “거래소의 경우 주식 시장보다 거래량 등 관련 데이터가 훨씬 많은데 단기간에 처리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가상자산 과세가 시기상조라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과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상자산 관련 법과 제도가 갖춰져 있지 않아 과세시기를 2023년으로 유예하자는 내용의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상태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 또한 과세시기를 2024년으로 유예하는 동 개정안을 발의했다.
관련해 업계 전문가는 “주식에는 양도소득세가 부과되지 않고, 결손금 이월공제가 허용되는데 가상자산에는 그런 내용이 없어 문제 소지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라며 “추가적인 논의가 없으면 추후에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업계 관계자는 “거래량이 많은 거래소의 경우 기타소득세가, 거래량이 적은 거래소는 거래세가 유리한데 관련 내용에 대한 논의가 없다”라며 “특금법 신고처럼 일단 질러놓고 정리가 되는 수순으로 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가상자산 과세 문제가 우선 일단락되더라도 과세 시스템 구축도 문제다. 이 시스템은 가상자산 거래자료 제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홈택스를 통해 신고하는 내용이 골자다. 국세청이 가상자산 사업자와 기타 발생처로부터 거래자료를 수집하고, 납세자에게 신고안내 후 납부케 하는 방식이다.
국세청은 현재 가상자산 과세를 위한 세원관리시스템을 만드는 중이지만 아직 초기 단계인 시스템 설계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국세청은 지난 4월 관련 용역을 발주, 내년 과세 시행 전인 12월까지 시스템을 완비한다는 계획이다. 시스템 분석·설계(구축)→구현(코딩)→테스트→개통 및 안정화 순서다.
업계에서는 지연 이유를 가상자산 거래 데이터가 공유되지 않아서라고 점치고 있다. 가상자산별 양도차익을 추출해야 기타소득금액을 계산해 세금을 매길 수 있는데, 관련 데이터를 거래소로부터 아직 제출받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정보를 전달해도 되는지에 대한 정부 부처의 명확한 지침이 없다”라며 “우선은 특금법 신고 준비에도 힘에 부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시스템 구축은 예정대로 진행 중"이라며 "현재 거래소로부터 관련 데이터를 제공받진 않았지만, 유사도가 높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관련 시스템을 테스트 중"이라고 반박했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업종이 중구난방인 점 또한 과세 시스템 구축 과제로 꼽혔다. △컴퓨터시스템 통합 자문 및 구축 서비스업(두나무, 코빗) △전자상거래 소매업(빗썸, 후오비)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코인원, 프로비트) △컴퓨터 프로그래밍 서비스업(스트리미, 포블게이트) △기타 금융 지원 서비스업(한빗코) 등 가상자산 거래소를 대상으로 한 업종이 뚜렷하지 않다. 보안 솔루션을 개발하다 거래소로 넘어온 회사들도, 상품권을 판매하다 업종을 변경한 거래소도, 처음부터 거래소를 준비한 회사도 있어서 등록 업종이 각기 다르다는 것.
문제는 업종이 각양각색이라 거래 정보 제공 시 어떤 법을 준용해야 할지 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수사협조나 고객정보제공동의 등에서 개인정보보호법, 데이터3법, 전기통신사업법 등 다양한 유권해석을 일일이 받아야 한다”라며 “어떤 법에는 관련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라고, 소득세법 시행령에는 ‘제공해야 한다’라고 규정돼있는데 어딜 따라야 할지 당국으로부터 아무 얘기가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