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5시에 가게 열고 4시간 일했는데 딱 두 팀 왔습니다. 저녁에만 코로나에 걸리냐고 탁상공론하시는 윗사람들에게 묻고 싶네요”
수도권 4단계 지역의 식당과 카페의 영업시간이 밤 9시로 1시간 더 단축된 23일 저녁. 경기도 의정부시 로데오거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이 사장(49)은 눈물을 훔쳤다.
이 사장은 “호프집은 저녁 시간이 한창인데 아예 장사하지 말라는 거다”라며 “임대료는 연체되고 빚만 늘고 있는데 장사도 마음대로 못하니 정말 힘들다”고 토로했다.
밤 8시, 영업 종료 1시간은 남겨둔 의정부 로데오거리는 썰렁했다. 상인들은 비 오는 거리에 나와 쪼그려 앉아 담배만 태우고 있었다. 호프집을 운영하는 박 모 씨(56)도 아무도 없는 가게에서 앉아 TV만 볼 뿐이다.
박 씨는 “오늘은 조금 일찍 3시에 오픈했는데 한 테이블만 와서 치킨 한 마리에 생맥주 2잔 팔았다”며 “이 드라마만 보고 집에 갈 것”이라고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정부는 이날부터 내달 5일까지 2주간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를 연장했다. 시간을 단축하는 대신 백신 접종 2차 완료자를 포함할 경우 최대 4명까지 모임이 가능하도록 인센티브를 부여했다. 저녁 시간 4인 모임을 하기 위해선 얀센 백신을 맞거나 다른 백신을 2차까지 맞은 뒤 14일이 지나야 한다.
인센티브를 부여에도 현장에서 만난 자영업자들은 하소연한다.
족발집을 운영하는 정 모 씨(41)는 “오늘 백신 맞았다고 4명 손님이 온 경우가 단 한 건도 없다”며 “젊은 사람들이 이 상권을 지켜주는데 대부분 백신을 2차까지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선심 쓰듯 대책을 내놨지만, 효과가 없다는 것이 자영업자들의 주장이다. 이날 거리를 걸어봐도 식당에 3명 이상 앉아있는 테이블은 찾기 힘들었다.
코로나 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22일 0시 기준 2차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국민의 22.5%, 총 1156만 2518명으로 집계됐다. 이마저도 주로 70세 이상 고령층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밤 9시, 호프집에선 영업 종료를 알리는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이란 노래가 흘러나왔다. 의정부시 대표적인 번화가로 불리는 젊음의 거리에는 술을 먹다 만 청년들이 쏟아져 나왔다.
호프집을 운영하는 조 모 씨(35)는 “신데렐라도 12시에 집에 가는데 9시에 장사 접고 나가야 한다”라며 “1시간 단축되니 오늘 하루 매출은 눈에 띌 정도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조 씨와 같이 사람이 몰리는 곳에 있는 호프집은 장사가 그나마 되는 편이었지만, 다른 거리는 썰렁했다. 집에 가야 한다는 아쉬움에 거리를 떠도는 청년들 옆에는 임대문의 안내문인 상가들이 많았다.
자영업자들의 타격은 현재진행형이다. 국세청이 공개한 '100대 생활업종' 월별 통계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전국 호프 전문점의 경우 2만7840개로 1년 전보다 3636개(-11.6%) 감소했고, 간이주점도 1만1612개로 1900개(-14.1%)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