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렉트릭 사장
미국 정치 지도자들의 시간표는 2021년 10월 31일부터 11월 12일까지 영국의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26차 당사국 회의(COP 26)에 맞춰져 있다. 탄소 배출량을 늘리지 않는 넷 제로(Net Zero)와 온도 상승폭을 1.5도 이하로 하는 목표를 주제로 삼은 이번 회의는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사실상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이번 회의를 인류의 미래 100년을 준비하는 회의라고 규정한 존 케리(John Kerry) 미국 기후변화 특사의 계획은 치밀하고도 정교하며 행동 지향적이다. 미국은 이제 ‘기후변화’라는 용어를 ‘기후위기’로 바꿔 쓸 것을 주장하면서 위기를 극복하고 재앙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지구 온도의 1.5도 이내 상승 억제가 필수적임을 주장한다. 무엇을 할 것인지, 누가 할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할 것인지를 제시하면서 글래스고가 그런 모든 것을 결정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무엇을 할 것인지의 첫째는 재생 에너지의 확대이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 에너지를 대폭 확대하여 온실가스 배출 없이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모든 기술을 동원해야 한다. 온실가스 포집 및 활용 기술(CCUS), 녹색 수소(Green Hydrogen), 그리고 원자력 기술이 바로 그러한 예가 될 것이다. 셋째로는 더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여 같은 효용을 누릴 수 있도록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누가 할 것인지를 다루는 일은 더욱더 중요한 인류의 숙제이다. 2015년 파리에서의 대타협을 끌어냈던 미국으로서는 이제 좀 더 절박해졌다. 지난 6년간의 온실가스 감축은 큰 성과를 이루어내지 못하였고 위기의 시간은 더욱 가까워졌다. 미국과 유럽의 서방국가들은 2015년 약속보다 더 큰 폭의 국가별 감축안을 이미 마련하였다. 세계 1위 배출국인 중국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해진 시점이다. 미국은 중국의 단기 감축 계획(Near Term Reduction Policy)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중국의 입장이 어느 정도 반영될지 아직은 알 수 없으나 양국의 두 번째 대타협을 기대해도 될 듯하다. 세계 3위 배출국인 인도도 어느 정도 미국의 입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일본도 이에 동참할 것으로 미국은 확신하고 있다. 이렇게 주요 20개국(G20) 국가들이 참여하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기준 4분의 3이 구체적인 행동에 돌입하는 것이다. 개발도상국에 대해서는 파격적인 재정 지원을 함으로써 온실가스 감축을 함께 하겠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남은 숙제는 어떻게 할 것인지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대로 민간과 금융이 앞서서 끌고 가겠다는 것이다. 이전 칼럼에서 기술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과 금융의 관계가 좋은 예이다. 기업과 민간이 앞서고 정부가 밀면서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이 시대의 역사적 사명이라는 것이다. 미국이 끌고 가는 기후위기 대응의 시한(dead line)인 글래스고 회의가 70일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의 준비를 전면적으로 다시 살펴봐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