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그리는 공정지도] “다양한 룰 존중, 반칙ㆍ특혜ㆍ차별 없어야”

입력 2021-08-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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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ㆍ공정특권, 전문가 제언<끝>

“사회에서 ‘공정’에는 절대적인 기준이 없다. 저마다 공정을 다르게 정의하고 이해관계가 다른데, 누군가가 나서서 ‘이것이 공정이니 따르라’ 말할 순 없다. 모든 판단과 행위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건 공공 부문에서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정부나 정치권은 사회에서 통용되는 다양한 공정을 존중하되, 그 과정이 한쪽의 이해관계에 쏠리지 않도록 저울추 역할을 해야 한다.”

한 대법관 출신 원로 법학자의 고언이다. 그는 존 롤스의 ‘무지의 장막’을 인용하며 “사람들은 어떤 선택이 자신들에게 이로운지 알기 때문에, 그 이해관계에 따라 공정을 정의한다. 따라서 ‘공정의 기준’을 제시한다는 건 이해관계를 대변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맥락에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능력주의’도 이해관계 대변이다. ‘무지의 장막’은 협상 참여자들이 자신의 출신, 능력, 사회·경제적 위치 등을 모를 때 가장 공정한 합의를 도출한다는 원리다.

전문가들은 ‘룰’을 공정의 기준으로 삼을 게 아니라, 다양한 룰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기시험을 잘 보는 지원자와 면접시험을 잘 보는 시험자, 실기시험을 잘 보는 지원자에게 똑같이 필기시험을 강요하는 건 면접·실기시험을 잘 보는 지원자에 대한 역차별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건 어떤 룰이든 반칙·특혜·차별이 개입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이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작은 신뢰에 기반을 둬 한 번 양보하고 더 큰 신뢰가 쌓이는 과정을 반복해야 공정을 따질 필요가 없는 사회가 된다”고 말했다. 과도한 경쟁은 공정의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과정의 공정과 무관하게 룰의 유불리에 따른 갈등이 커질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의 저자 정지우 작가는 “소수 직장으로 구직자가 몰리다 보니 경쟁이 심해지고, 공정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출발의 평등’을 보장하는 것도 공정의 전제다. 지역·가구소득별 교육 편차를 고려해 입시·채용 전형을 다양화하는 것도 출발의 평등을 보장하는 수단 중 하나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우리 사회에서 공정이라는 게 전제되려면 출발 이전 사회가 구조적으로 평등에 가까워야 한다”며 “강남권인지에 따라서, 부(富)에 따라서 고액 과외 여부 등이 갈리는데 이미 출발 단계부터 불평등이 전제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용태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도 “출발선을 비슷하게 맞출 수 있는 의자나 발판을 줘서 같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끔 하는 게 공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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